'사퇴 의사 없다' 클린스만 이대로 괜찮을까, '최악 경기력' 아시안컵 탈락 비판 '우수수'... "한국 돌아가 대회 분석한다"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의 말이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새벽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디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0-2로 졌다.
지난 2019년 대회(8강)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고는 하나, 내용으로는 최악의 결과였다. 약 4개월의 시간이 있었던 파울루 벤투(현 아랍에미리트) 감독 시절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약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전력 파악과 전술 색채를 입힐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0분 내 승리를 거둔 경기는 단 한 개였다. 클린스만호는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3-1로 이겼다. 2차전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은 각각 2-2, 3-3으로 비겼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후반전 선제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다.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로 덕분에 기사회생했고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이겼다. 호주전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선제 실점 후 후반 막바지 동점골, 연장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프리킥 골 덕분에 8강으로 향했다.
충격적인 결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되려 웃는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중국 '시나스포츠'도 해당 장면을 조명하며 "클린스만은 팀의 패배에도 웃고 있다"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담담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 진출이 목표였는데 패배해서 아쉽다. 요르단의 승리를 축하한다. 요르단은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 투쟁심이나 경기력 모두 뛰어났다. 선수들에게 일대일 싸움과 주도권을 강조했지만, 초반 30분을 밀려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해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라고 평했다.
날 선 질문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특유의 여유로운 답변을 내놨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계약은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다. 계약 기간 끝까지 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당장 해야 할 일은 한국에 돌아가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좋았던 점과 문제점을 대한축구협회(KFA)에 돌아가 모두 논의해보겠다"라며 "다음 경기와 대회를 준비하겠다. 약 2년 뒤에 북중미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 예선도 어렵다. 준비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이번 대회도 분석하겠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는 총 7경기를 치렀다. 독일 국가대표팀, 미국 국가대표팀, 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 등을 지휘했던 클린스만 감독도 지도자로서 아시아 대회는 처음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아시안컵에 나온 많은 팀과 선수는 경기에 목숨을 걸고 노력하더라. 전투와 전쟁에 이기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눈에 띄는 선수도 있었다"라며 "아시아 국가들의 실력이 평준화됐더라. 동아시아팀들이 중동에서 고전하는 것도 알게 됐다. 일본도 탈락했고, 한국도 어려운 경기를 했다. 아시안컵이 얼마나 좋은 대회인지 느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첫 목표로 아시안컵 우승을 선언했다. 한국은 64년간 아시안컵 우승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패배하자 "너무 아쉽다.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한다"라며 "전반 2, 30분 정도는 요르단이 경기를 더 잘했다. 요르단의 투쟁심이 더 좋았다. 패배한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은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겠다. 다만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후 숱한 외신들은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을 잘 아는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은 과거 미국 대표팀에서 월드컵 예선 실패 후 팀을 떠났다. 미국 다수의 팬은 그의 전술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라고 했다. 독일 국가대표팀 레전드인 필립 람(전 바이에른 뮌헨)은 "클린스만 감독 시절 전술 지시는 없었다. 선수들과 상의 후 경기에 나섰다. 체력 훈련밖에 하지 않았다"라고 자서전에 폭로했다. 스포츠 유력지 '디 애슬레틱'은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문제는 여전히 한국의 리스크다"라고 진단했다.
클린스만호가 출항한 지는 꽤 됐다.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두 차례 친선경기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처음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다. 한국은 남미 강호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 1패를 거뒀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벤투호 색채가 덜 빠진 덕이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 돼 벤투호 시절 선수들을 대부분 발탁했다.
9월 평가전에서도 삐걱거렸다. 영국으로 향한 한국 대표팀은 웨일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연전을 치렀다. 웨일스와 첫 평가전에서 클린스만호는 슈팅 단 4회 만을 기록했다. 오히려 웨일스가 슈팅 11회를 기록하는 등 경기를 주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이겼다.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가 골망을 갈랐다. 운이 따랐다. 강하게 올린 크로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비를 맞고 높게 떴고, 이를 따라간 조규성이 머리로 마무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부임 후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한국 지휘봉을 잡은 지 약 7개월 만이었다.
최종 모의고사 격인 9월에는 어느 정도 살아나는 듯했다. 튀니지와 첫 경기에서 4-0으로 대승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강인이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멀티 득점을 터트린 게 컸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공격 부담이 확 커진 이강인이 확실한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에 강했던 중동팀에게는 여전히 쩔쩔맸다. 이라크와 아시안컵 최종 평가전에서도 1-0으로 간신히 이기더니, 본선에서는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크게 흔들렸다. 심지어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충격적인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판곤 전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이미 탈락 확정이었지만, 한국과 경기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한국은 베스트 11을 모두 꺼냈다. 체력 부담을 줄일 여유도 포기했지만,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토너먼트 진출 후에도 힘든 경기는 계속됐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호주전 연장전 승부 끝에 간신히 4강에 올랐다. 요르단과 경기 초반부터 확 밀리더니 끝까지 졸전을 펼쳤다. 선수 체력 분배와 전술 모두 클린스만 감독의 패착이었다. 직전 경기에서 꽤 좋은 활약을 펼쳤던 양현준(셀틱)은 경기 막바지에 교체로 나왔고, 박진섭(전북)은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K리그1 최고 수준으로 통하는 김진수(전북)도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문선민(전북),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은 아시안컵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약 1년간 클린스만호를 지켜본 시선에는 의문 부호가 가득하다. 국내외 팬 뿐만이 아닌 매체들도 그렇다.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대회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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