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존중하면서 웃었다는 클린스만... “한국 선수들은 존중 안하나”

위르겐 클린스만(왼쪽) 한국 감독이 7일 졸전 끝에 0대2로 패배한 뒤 기뻐하는 요르단 선수들을 지나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쿠팡플레이 캡처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현역 때 미소로 유명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을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해맑은 웃음에 깔끔한 언변은 그의 인기 비결 중 하나였다. 성씨 클린스만(Klinsmann)에서 철자를 바꾼 ‘클린스만(Cleansman·깨끗한 남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웃음은 사령탑으로서 졸전 끝에 패배를 당한 뒤에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에서 0대2로 지고난 뒤에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뻐하는 요르단 선수들을 쳐다보면서도 웃었고, 요르단 감독과 코치, 경기 진행 요원들과 악수하고 대화하면서도 웃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10분 정도 발 조차 떼지 못하고 있던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을 안아줄 때는 잠시 표정을 굳혔다. 위로를 마친 뒤에는 다시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그라운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있고, 대회 내내 경기에 나서지 못한 김진수(32·전북)가 벤치에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어도 클린스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 클린스만 감독의 웃음은 대조적이었다”라고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를 축하하고 존중할 때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만약 축하하면서 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면 (나와) 관점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웃음에 대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클린스만 감독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 “축하한다고 하면서 웃었을 뿐이다. 전혀 이상할 게 없다”라고 언성을 조금 높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과는 반대로 국내외에서는 웃음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대 팀을 존중하면서도 정작 본인이 지휘하던 선수들에 대한 존중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는 클린스만 감독의 웃음은 자칫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외국에서도 그 미소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감독이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 정서를 익히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