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위반 과태료 단 '1건'…인구절벽 가속화하는 솜방망이 처벌

장영준 기자 2024. 2.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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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이미지투데이

 

#1. 육아휴직 신청서를 상사에게 서류로 제출하자 처음에는 서류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다시 대표에게 직접 제출하자 면담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는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 연차가 발생하니 육아휴직을 받아줄 수 없다. 권고사직 처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2.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였으나, 출근해보니 사무실이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직 직전까지 해당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고 당일 출근해서 제 사무 가구와 기기가 없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면담을 요청해 근무지가 왜 바뀐 건지 이유를 물어보고 복귀를 요청하려 했으나 지금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3. 교감이 육아시간을 눈치 봐 가면서 사용하라고 하고,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니 눈치껏 병조퇴, 외출, 출장시간 상신 등을 30분 이상 하지 말라고 강요했습니다. 그 외에도 복무와 업무 분장에 관련해서 잦은 협박을 당하다 보니 항상 불안한 마음입니다. 정말 너무 갑갑해서... 영유아를 키우면서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지는 인구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작 국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악덕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한국의 인구절벽을 가속화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을 통해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모성보호 제도 관련 신고 처리 현황을 받아 분석해 그 결과를 7일 공개했다.

5년간 고용노동부에 임신·출산·육아 관련 4대 법(출산휴가, 해고금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총 2천335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159건으로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과태료 부과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74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의2, 제19조의3 위반 사건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5년간 5건에 그쳤습니다.

반면 진정을 제기했으나 기타종결된 건수는 1천984건으로 전체의 84.9%였다. '기타종결' 사유는 '2회 불출석' '신고의사 없음' '법 위반 없음' '취하' '각하' 등을 포함한다.

직장갑질119 측은 "높은 기타종결 비율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법 위반 신고를 하기 어렵고, 설령 신고를 한다고 해도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취하하지 않고 사건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떄문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관련 법 위반 신고건수 및 처리현황(2019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직장갑질119 제공

근로기준법 제74조에는 출산(유·사산)전후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출산 전 후 휴가 및 유·사산 휴가 미부여는 즉시 범죄로 인지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이 조항 위반으로 수된 사건 394건 중 처벌된 건수는 46건(기소 45건, 과태료 1건)으로 11.6%에 그쳤다.

산전 산후의 여성 또는 업무상 부상 및 질병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 및 그 후 30일 동안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위반 신고 건수도 총 690건 중 인정 건수는 겨우 10.1%(70건)였다. 역시 신고사건의 대부분(85.6%)은 기타종결 처리됐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이 기간 1천78건이다. 이중기소처리된 건은 38건(3.5%)에 불과했다. 지난 한 해에만 32건이 신고됐으나 기소는 4건, 고작 1.2%였다. 법적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호현 변호사는 "임신, 육아 중인 노동자는 아이에게 악영향이 있을까 노동청 진정이나 고소를 본능적으로 꺼린다"며 "더 이상 견디기 힘들 때, 정말 어려운 결단으로 신고하는 것인데, 이번에 확인된 고용노동부의 관련 법 집행 통계는 절망적인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더불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여성 노동자가 승진하려면 '결혼·임신·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문화가 대기업에서조차 아직 횡행한다. 기업에만 모든 해결을 맡겨놓을 수 없는 문제다"라며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청으로서 적극적으로 수사와 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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