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류희림 ‘민원사주’ 신고 40일 넘게 조사 안 해

참여연대 “노골적인 시간 끌기이자 직무유기”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신고를 접수받고도 40일 넘게 조처를 하지 않아 고의로 신고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7일 논평을 내어 “권익위가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신고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노골적인 시간 끌기이자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족과 지인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고 민원을 넣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2월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내부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부패신고를 접수하면서 알려졌는데, 권익위는 이날 기준 47일째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을 보면, 권익위는 신고 접수 60일 이내에 신고를 처리해야 한다.

공익신고자 쪽 공동대리인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권익위는 조직 내 업무 분장을 이유로 신고 처리를 미루고 있다. 방심위처럼 내부 임직원 행동강령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공직자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해 권익위는 ‘행동강령과’에서 신고사건을 처리해왔는데, 정작 행동강령과는 조사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공동대리인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 이후, 권익위가 공직유관단체들의 행동강령에서 이해충돌방지 관련 규정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으므로, 공직자행동강령 위반행위 신고사건을 처리토록 한 행동강령과의 조사 권한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방심위의 행동강령은 이해충돌방지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권익위는 행동강령 위반을 조사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권익위의 이러한 주장은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고,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만약 권익위가 민원사주 사고건을 정권에 부담스러운 사건으로 보아 조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내무 업무분장을 핑계로 삼는 것이라면 기관의 독립성과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권익위는 담당 부서를 조속히 확정하고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