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펑' 김성훈 1심 징역 2년6개월…"금고에서 돈 꺼내듯 횡령했다"

돈 필요할 때마다 회삿돈 입금…카드값·생활비로
"임원들 만류해도 범행 안 멈춰…호화롭게 생활"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막힌 배수관을 뚫는 '트래펑' 제조사 백광산업의 회삿돈 22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훈 전 백광산업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분식회계 공범으로 지목된 회계 담당 임원 박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주식회사 백광산업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는 아버지인 고(故) 김종의 전 회장과 협의해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회삿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10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무통장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이런 방식으로 모두 229억원을 횡령해 카드값·보험료·세금과 함께 가족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대표에게는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공시(자본시장법 위반)하고 2020년 회계감사인이 횡령 사실을 지적하자 관련 자료의 파쇄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교사를 제외한 횡령·배임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사치품과 고가 콘도 이용권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며 "가족 사익을 위해 금고에서 돈을 꺼내 쓰듯 회사 자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친의 뜻을 거역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소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지시에 따르는 것에서 나아가 횡령·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된다"며 "임원들이 수차례 만류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범행을 이어갔으며 뒤처리는 모두 임직원의 몫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수사 단계부터 자백했고 입사 전부터 부친의 횡령·배임이 상당하게 이뤄져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금액도 대부분 변제했고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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