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40년 만에 돌아온 '엄마 지갑'…"타임캡슐처럼 그대로"

캐나다에서 40년 전 잃어버린 모친의 지갑이 내용물이 고스란히 보존된 채 딸에게 돌아와 화제입니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토론토 지역에 사는 버네사 오스틴 씨는 지난달 말 사무실로 찾아온 한 남성이 주인을 찾아 돌려준다고 한 지갑 1개를 전달받았습니다.

지갑은 겉면이 꽃무늬로 장식돼 손상된 흔적 없이 멀쩡했지만, 전혀 모르는 지갑이었습니다.

지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속에는 자신과 아버지의 얼굴 사진과 어머니의 이민증서, 은행 카드, 도서관 대출 카드 등 내용물이 깨끗하게 간직돼 있었습니다.

또 40 캐나다달러(약 3만 9천 원)짜리 식료품 할인 쿠폰에는 만료 일자가 1984년 6월 16일로 인쇄돼 있었습니다.

지갑은 바로 1980년대 어머니의 소지품이었습니다.

정작 어머니는 기억을 못 하지만 과거 언젠가 잃어버렸을 것으로 짐작됐습니다.

오스틴 씨는 "한마디로 믿을 수가 없었다"며 "지갑 자체가 타임캡슐인 듯 내용물이 너무 잘 보존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손을 댄 것 같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갑은 토론토 시내 유명 쇼핑몰인 토론토 이튼센터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한 사람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출장 온 앤드루 메들리 씨입니다.

그는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쇼핑몰 내 직원 전용 구역을 조사하면서 화장실의 천장을 살피다가 환풍구와 벽 틈 사이에서 지갑을 주웠다고 합니다.

그는 "누군가 일부러 그곳에 지갑을 갖다 놓은 것 같았다"며 "지갑을 열자 놀라울 만큼 모든 게 멀쩡하게 보존돼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날 호텔로 돌아가 주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름과 사진을 이용해 인터넷을 검색했고 오스틴 씨를 찾아냈습니다.

곧 오스틴과 모친의 페이스북에 지갑에 관한 메시지를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습니다.

디트로이트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스틴이 근무하는 회사를 확인한 뒤 직접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차를 몰아 토론토 서쪽 70㎞ 떨어진 구엘프 지역의 사무실을 찾아 프런트 경비원에게 지갑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행동에 대해 그는 "대부분 사람이 똑같이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지갑을 전해 받은 오스틴은 맨 처음 냄새를 맡았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는 "갑자기 여러 감정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며 "가진 것 별로 없이 캐나다에 도착했던 가족의 이민사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그의 부모는 엘살바도르에서 캐나다로 왔습니다.

오스틴 씨는 어릴 적 지갑이 발견된 이튼센터에 어머니를 따라 놀러 갔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했습니다.

오스틴은 지갑을 찾아준 메들리에 감사하며 지갑을 살펴보는 부모가 놀라 환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 줬다고 합니다.

오스틴은 "사람들은 일부러 이런 일을 할 만큼 아직 선하다"며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버네사 오스틴/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