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에서 떠나라”…與, ‘험지 출마 압박’에 긴장하는 중진들
“기준이 뭐냐” “주류 희생은 없으면서” 당 일각 불만 기류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의 다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경륜과 인지도를 갖춘 중진들이 보수세가 옅은 지역구에 출마하면 당의 '사기'가 오를 것이란 셈법에서다. 당의 요구를 받은 중진들이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험지 출마 대상자의 기준 등을 두고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서병수‧김태호 이어 조해진도 '험지로 가라'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3선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에 패한 김해갑 또는 김해을 지역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김해갑과 김해을은 각각 민주당 민홍철, 김정호 의원의 지역구로, 보수세가 상대적으로 옅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민홍철 의원은 김해갑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 의원은 51.06%의 득표율로 홍태용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45.08%)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김해을 역시 2016년 20대 총선부터 최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지역구는 '험지'가 아닌 '격전지'로, 후보 경쟁력에 따라 충분히 탈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실제 두 지역구는 각각 지난 18대, 19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다른 중진 의원들에게도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전날 5선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3선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게 각각 부산 북강서갑(현역 민주당 전재수), 경남 양산을(현역 민주당 김두관) 출마를 요청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어제 낙동강 벨트를 염두에 두고 서병수, 김태호 의원에게 헌신을 말씀드렸는데, 김해갑·을도 우리 현역이 없는 곳"이라며 "그 지역까지 승리한다면 낙동강 벨트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조 의원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장 사무총장은 추후 수도권이나 다른 국민의힘 '텃밭' 현역 의원들에게도 지역구 이동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어 중진의 희생 요구나 지역구 정리는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이 뭐냐" 與일각 불만 기류도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의원들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개적인 당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기도, 오랜 지역구를 단번에 버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역과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것에 대해서 준비해왔다"면서도 "저를 3선까지 키워주신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당원과 당직자, 주민 여러분의 생각도 여쭈어봐야 하고, 당으로부터 출마요청을 받은 김해시민들의 입장도 헤아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려서 당의 공천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중진 험지출마'를 띄우자, 당 일각에서는 불만의 기류도 감지된다. 험지 출마자로 지목된 의원들 모두 당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시각에서다. 실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여당 지도부 출신이나 친윤계 핵심 관계자 중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발표한 현역 의원은 전무하다.
충청도 지역구의 여권 한 관계자는 "낭떠러지(험지)로 밀어붙이려면 모두가 손을 잡고 뛰어내려야지 왜 몇 몇 의원들만 공개적인 압박을 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한 뒤 "기준이 모호하다. 중진들이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지역구를 떠나는 게 과연 당의 총선 승리에 얼마 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신' 요청이 당내 비주류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장 사무총장은 관련 질문에 "(험지 출마 대상에) 주류·비주류 구분은 따로 없다"며 "헌신을 말씀드릴 때는 그 분 지역구 상황이 어떤지, 갔을 때 어떤 결과가 올지 등 여러 상황을 함께 고려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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