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이 '운'이 다했을때

이재호 기자 2024. 2.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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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계속 찾아오지 않는다.

축구사에 어떤팀이 후반 추가시간에만 4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었던가.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부터 8강 호주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 어느 팀이 4경기 연속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으며 결과를 바꾸는 팀이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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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적은 계속 찾아오지 않는다. 축구사에 어떤팀이 후반 추가시간에만 4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었던가.

선수들의 '투혼', 포기하지 않는 '정신' 등으로 포장됐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이 4경기 연속 나오는건 결코 정상적이진 않았다.

지도자 중 '지장', '덕장'도 있지만 그중에 '운장'이 최고라고 했던가. 운이 따라줘 4강까지 왔지만 '운'이 다한 운장은 그 가치가 없어진다. 그리고 운은 계속해서 따를 수가 없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2시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로 4강에서 탈락했다.

전반전을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던 한국은 선제실점했다. 후반 8분 중앙선에서 박용우의 수비수를 향한 안일한 백패스 실수가 인터셉트 당하며 역습을 허용했고 공을 뺏은 무사 타마리가 돌파 후 돌아가는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패스하자 박스 안에서 조현우 골키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알나이마트는 침착하게 조현우 키를 넘기는 오른발 로빙슛으로 요르단이 선제골을 가져갔다.

후반 21분에는 충격적인 실점까지 했다. 한국 중원에서 이강인과 황인범의 패스때 볼이 끊기며 역습을 내줬고 요르단의 공격수 무사 타마리가 중앙선 오른쪽 아래에서부터 개인능력으로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한국 수비 3명을 농락하며 40m이상의 질주를 한뒤 아크서클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결국 한국은 0-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솔직히 이날 패배가 놀랍지 않다. 한국이 요르단에게 패한건 놀랍지만 클린스만호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럴만한 패배였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부터 8강 호주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다. 3차전 말레이시아전을 제외하곤 모두 결과를 바꾸는 득점이었다. 극적이었고 짜릿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 어느 팀이 4경기 연속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으며 결과를 바꾸는 팀이 있었나 싶다. 물론 선수들이 후반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뛴 정신력과 체력이 대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행운의 여신'이 한국 편에 있었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클린스만 감독은 '운장'이었다. 거의 20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세상 어디에서도 '지장' 혹은 '전술가'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차라리 '덕장'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이번에는 '운장'이었다. 이렇게까지 운이 따라줄 수 없었다. 사우디, 호주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고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가 이탈한 자리에 들어온 조현우가 사우디전 승부차기에서 두 개나 막아줘 승리할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이는 분명 '운'의 영역이다.

그 운은 5경기 연속으로 따라주지 않았다. 운장이었던 클린스만은 운이 따르지 않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고 있는데 후반 35분까지 교체카드를 쓴건 딱 한 장이었다. 그것도 관성적인 조규성 교체. 안에서의 전술변화도 없었다. 상대가 계속 중앙을 공략하고 골넣은 공격수들이 날카로운데도 어떤 대처도 하지 못했다.

결국 운장은 운이 다하면 그 가치가 없어진다는걸 클린스만이 보여줬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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