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빠르게 더 빠르게_2024년 남자 고교농구의 키워드

조원규 2024. 2.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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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선수가 적은 남고 농구
선택은 강력한 수비와 속공

올해 고3, 고2 진급 예정자 중 2m 이상 장신은 3명입니다. 30개 팀 중 경복고와 여수화양고만 2m 빅맨을 보유했습니다.
※ 한국중고등학교농구연맹 2023년 선수명단 기준입니다. 이하 신장은 cm, 학년은 올해 진급 예정 기준으로 표기합니다.
 

▲ 올해 가장 주목받는 빅맨 윤현성

 

경복고의 윤현성(204, 3년), 김성훈(206, 3년) 더블포스트와 이근준(197, 3년)이 함께 나오면 프론트코트 평균 신장이 2m를 넘습니다. 작년 전관왕 삼선중 선수들의 합류로 가용 인원도 많습니다. 

 

경복고를 제외한 다른 팀의 사정은 비슷합니다. 빅맨이 적거나 없습니다. 높이의 약점을 빠른 공수 전환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다수의 지도자가 강한 수비, 리바운드 단속, 속공을 강조했습니다.

경복고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지난 3년간 14번의 우승을 차지한 용산고입니다. 힘과 탄력이 좋은 에디 다니엘(192, 2년)은 포스트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팀의 핵심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장혁준(193cm)과 백지민(187cm)입니다. 볼 핸들링부터 빅맨 수비까지 가능한 선수들인데, 우승 경험까지 축적했습니다. 

 

관건은 배선우(198, 2년)의 성장입니다. 팀의 최장신입니다. 경복고의 두 빅맨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연습경기에서 이세범 용산고 코치가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은 배선우입니다.

 

▲ 용산고 공수의 핵심, 장혁준과 백지민

 

낙생고는 작년 전국체전 결승에서 용산을 상대로 선전했습니다. 그 주역인 최정환(197, 상명대 입학예정), 홍찬우(195, 단국대 입학예정), 임희찬(195, 동국대 입학예정)이 졸업하며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전국체전 결승에서 7분 37초만 뛰었던 류민우(192, 3년)가 포스트를 지켜야 합니다. 조찬희(198, 2년)과 입학예정자 유하랑(201, 1년)이 있지만, 경험이 부족합니다.

 

주전 중 유일한 2학년으로 결승전 최다 득점을 올렸던 강민수(185, 3년)가 조성원(187, 3년), 주현성(192, 2년)과 함께 리바운드부터 득점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작년 추계연맹전 준우승팀 홍대부고도 낙생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류정열(211, 한양대 입학예정), 길상찬(197, 연세대 입학예정)의 졸업으로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올해 홍대부고의 중심은 박정웅(194, 3년)과 손유찬(183, 3년)입니다. 손유찬은 메인 핸들러로 드리블, 슛, 패스를 모두 갖췄습니다. 박정웅은 공수 밸런스가 좋은 윙맨입니다.

 

한 대학 감독은 “퍼리미터 수비는 고등학교 선수 중 박정웅이 제일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정현진(197, 2년)의 경기력에 따라 박정웅이 빅맨 수비를 담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명지고도 장찬(200, 동국대 입학예정)과 김정현다니엘(197, 고려대 입학예정)의 졸업으로 김정현(195, 3년)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윙맨으로 뛰어야 할 김정현이 팀의 최장신입니다.

전형수 명지고 코치는 “센터 포지션의 부재로 인사이드 수비와 리바운드에 역점이 있다”면서, “5명 전원이 볼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빠른 템포의 공격을 펼칠 수 있다”라며 8강 이상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 원주 평원중을 졸업한 손유찬과 이찬영. 원주에 고등학교가 없어 각각 홍대부고, 송도고로 진학했습니다.


송도고는 홍대부고와 함께, 경복과 용산의 양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팀으로 평가됩니다. 이 팀 역시 빅맨이 없습니다. 작년에도 없었습니다.

 

윙맨 이찬영(195, 3년)이 최장신입니다. 방성원(187), 방성인(190), 위건우(179, 이상 3년) 등 재간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포스트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삼일은 위진석(199, 3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학 감독들이 주목하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김태균(185, 3년)은 1학년 때부터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득점력을 선보였습니다. 16세 대표팀 출신 양우혁(175, 2년)와 함께 올해 팀을 이끌어갈 선수들입니다.

박찬성 삼일고 A코치는 “위진석, 김태균, 양우혁은 타 팀 코어 선수들과 견주어도 정상급”이라고 평가하면서 “농구 명문이라는 자부심으로 매 시즌 우승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수도권 팀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비수도권 학교의 빅맨 기근은 더 심각합니다. 

 

▲ 계성고 야전사령관 오기석과 주득점원 양종윤


계성고는 비수도권 팀 중 가장 전력이 안정됐다고 평가받는 팀입니다. 작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메인 핸들러 오기석(184, 3년)과 스코어러 양종윤(189, 3년)은 대학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종완 계성고 코치는 올해 3학년이 되는 5명의 선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제는 190cm를 넘는 선수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192cm의 강민서(2년)가 팀의 최장신입니다.

천안쌍용고 역시 강영빈(194, 3년)만 190cm를 넘습니다. 박상오 코치는 “약점은 신장이 작다”며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턴오버를 유도하는 수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버티컬 점프가 좋은 강영빈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고, 슈팅 능력이 좋은 김혜성(185, 3년)과 이재형(173, 3년)은 수비 능력도 탁월하다는 박 코치의 평가입니다.

작년 춘계 우승팀 전주고는 최호연(184, 3년)과 한주원(184, 3년)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선보였습니다. 과제는 리바운드 단속과 체력입니다.

군산고의 손현창(190, 3년)은 몇몇 대학 감독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명도 군산고 코치는 “돌파 득점의 비중이 높았는데 외곽슛도 장착했다”며 “가르치는 것을 빨리 흡수한다”고 칭찬합니다. 

 

군산고의 키워드 역시 강한 체력, 많은 활동량, 빠른 공수 전환입니다. 최유진(197, 2년)이 포스트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입니다.


▲ 군산고 에이스 손현창. 


광주고 또한 이승원(198, 3년)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우승연 광주고 코치는 “이승원이 구력은 짧지만 힘과 센스가 있다”며 “패싱능력 있는 신입생 가드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승원을 제외하면 이율(185, 3년)이 가장 큽니다. 구력이 짧은 선수들이 많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열정과 활동량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부산중앙고의 최장신은 김이삭(188, 2년)입니다. 다행히 금명중에서 이정호(197)가 올라왔습니다. 박훈근 코치는 “이정호는 팀의 미래다. 멀리 보고 차근차근 만들겠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많이 뛰었던 박주영(182, 3년)과 정명근(180, 3년)이 팀을 이끌어야 합니다.

고종완(197)과 진재한(197)이 졸업하는 마산고의 키워드도 “많은 활동량과 체력이 뒷받침된 프레스 수비”입니다. 이승현(193, 3년)을 제외하면 178cm의 손현동(3년)이 가장 큽니다. 

 

배주한 코치는 “스피드가 좋은 김선종(177, 3년)과 이서우(177, 2년)가 수비를 흔들고 이승현이 내외곽을 오가며 플레이”하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학교가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동아리 농구를 찾고, 배구 등 타 종목을 기웃거립니다. 그래서 구력이 짧은 선수가 많고, 선수층은 얇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학교가 그렇습니다.

비옥하지 않은 토양이지만, 선수들이 흘리는 땀은 진심입니다. 수비에 대한 열정과 활동량, 리바운드가 승패를 가르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환하게 웃는 내일을 위해 선수들은 ‘빠르게 더 빠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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