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역대급 의대증원에 의협 파업 예고…일본과 무엇이 다른가
<출연 : 최덕재 연합뉴스 TV 경제부 기자>
[앵커]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의사협회는 일방적인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파업까지 예고했는데요. 정부는 의대 증원 문제를 협상으로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관련해서 그동안 의대 증원 문제와 최근 해외 사례 등을 취재하고 돌아온 최덕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어제(6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얼마 전 기억하실 겁니다. 의사가 없어 응급실을 맴돌다가 목숨을 잃는 '응급실 뺑뺑이', 아이를 치료해줄 의사가 없어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줄을 서는 진풍경 '소아과 오픈런', 아이 낳을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까지 가서 출산하는 '산부인과 원정'까지. 이런 지역·필수 의료 붕괴의 원인을 보건복지부는 '의사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역대급'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군불을 떼오다, 결국 어제(6일) 발표한 겁니다. 이제 내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납니다. 당초 의대의 수용 능력과 각 대학별 수요조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1,000명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만큼 '파격적'이란 표현을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게 1998년이고, 당시 의대 정원은 3,507명이었다가 2000년 의약분업 때 소폭 줄어 2006년 3,058명이 됐으니, 정말 오랜만에 정원을 늘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발표로 인한 영향을 살펴봐야겠는데요. 우선 의대로 가려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미 대치동 등 학원가는 떠들썩한 분위기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수험생들 선호 1위이자, '성역'과도 같았던 의대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요즘인 만큼, 이번이 최고의 기회라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는데요. 이미 이런 의대 열풍은 수험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대 졸업생부터 직장인, 현직 교사까지도 '의대 입성'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미 각종 대입 전문 학원 등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말 그대로 전 국민이 의대로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국가 전체적으론 더 잘살게 됐지만, 요즘 청년들 얘길 들어보면 만족할 만한 회사가 잘 없다고 하고, 있어도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힘들게 들어가도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상상도 안 간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의대에만 들어가면 말 그대로 평생 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지위도 인정받고, 개인차는 있지만 수입이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은 이미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고, 초고령화 시대로 이미 접어들면서 앞으로도 의료 수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의대만 들어가면 '인생 핀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의대로 눈길을 모으는 겁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의사단체 상황도 한 번 보겠습니다. 어제(6일) 대한의사협회가 결국 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죠?
[기자]
네, 결국 강대강 대결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의협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견이 오전 10시였고, 복지부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게 오후 3시였는데요. '강행하면'이라고 해서 혹시라도 협상의 여지를 남길까 관심 있게 봤는데, 취재해보니 결국 어제(6일) 이필수 의협 회장이 정부 발표 이후 협회 회원들에게 문자를 돌려 "참담하다"며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회장은 회견에서 "작년 12월에 실시한 파업 찬반 전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는데요, 결국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파업 돌입 준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파업을 하게 되면 설 연휴 직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 2020년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들이 파업을 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는데요. 당시 전공의 등의 파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상황이 비슷할까요?
[기자]
우선 확답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부에서 전공의들이 80% 넘게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단 여론조사도 나오긴 했지만, 공식적인 조사는 아니었기에 분위기 정도만 파악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다만 이 회장이 어제(6일) 회견에서 "총파업을 하더라도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보호할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한 부분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들의 파업 참여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데요. 정부는 전공의 등이 단체행동을 포함한 불법 행위를 하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한편에선 전공의는 병원에 고용된 노동자기 때문에 전공의가 단체행동을 하면 노동법을 위반한 불법파업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등, 한동안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눈길을 조금 밖으로 돌려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을 한 번 보겠습니다. 얼마 전 현장에 다녀오셨는데, 일본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일단 일본은 1,000명대로 의대 정원을 확대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꾸준히 늘려 지금은 9,000명대가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3,000명대 수준입니다. 약 3배 정도 차이가 나죠. 일본 인구가 우리의 두 배 정도란 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가 조금은 실감이 납니다. 물론 단적으로 전체 인구수와 비교한 의사 수만을 볼 게 아니라,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 등 조금 더 자세한 지표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확 와닿는 건 전체 인구 중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겠죠. 일본이 이렇게 의대 정원을 늘린 건 역시 고령화 때문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더 먼저 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시작한 나라입니다. 일본에 가보니 생활 속 곳곳에 노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들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예가 손잡이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화장실에 가면 노인들이 잡을 만한 손잡이가 구석에 하나 정도 있거나, 없는 곳도 많습니다. 일본은 화장실뿐 아니라 병원 곳곳 등 어디에나 몇 개씩 있습니다. 그만큼 노령 인구가 많아져 문제가 되자 의사 수를 늘린 겁니다. 이밖에 각 지역에 의사가 부족했던 것도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의 의협과 비슷한 일본의 의사 등 전문가 단체들을 만나봤는데요. 거기서도 우리와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젊은 의사들의 경우 도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또 추가로 취재해보니 일본에서도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상대적으로 의료사고 위험이 적거나 고수익인 특정 과목이 인기가 많은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를 늘리되 지역에, 특히 의사가 없는 지역에서 의사를 뽑고, 그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지역 의사제도 등을 시행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일본은 의사가 충분한가요?
[기자]
네,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완전히'라는 표현을 쓰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도쿄에서 차로 한참 가야 하는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고령층분들을 만나봤는데요. 지금 사는 동네에 치료를 받을 만한 곳이 없어서 차를 타고 옆 동네로 가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국토 면적이 크다는 점도 있고, 시에 전화를 하면 택시를 불러주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도 어느 정도 병원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편의를 봐준다 해도 집 근처에 병원이 있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보도한 한 노부부는 남편분이 파킨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시에서 불러주는 택시를 타고 옆 동네 병원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분들을 만난 곳이 한 병원 인근이었는데요. 택시에서 내려서 한참을 또 어딜 가길래, 병원에 오려고 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이 병원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택시가 잘못 내려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제대로 거동도 못 하는 그 불편한 몸을 이끌고 또 어디로 한참을 가야 병원에 갈 수 있는 겁니다. 택시를 잡거나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 어려워 그냥 걸어서 간다고 했습니다. 도쿄 등 도심 외에, 이렇게 인구 대비 의사가 부족한 지역은 아직 있기는 항 상황입니다.
[앵커]
그럼 일본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요? 우리 복지부 장관이 일본의 장관 격인 후생성 대신을 만나는 자리에도 함께하셨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직접 양측이 대화하는 테이블에 함께하며 허심탄회한 말들을 주고받는 걸 들었습니다. 핵심을 말하자면, '분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후생성 대신뿐 아니라 우리나라 '과장' 급에 해당하는 실무자와도 인터뷰를 했는데요. 일본도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겪었고, 새로 뽑은 의사들을 어떻게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지역에서 의사를 뽑고 그 지역에서 의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겁니다. 또 그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국민들이 이 제도가 좋은 제도라고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텐데요.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분배하고 적극 알리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앵커]
일본이 그런 정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없나요?
[기자]
두 가지 정도가 있겠습니다. 하나는 일본은 우리보다 국토가 크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각 지역마다의 특색이 아직 살아있는 국가라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것이 서울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제2의 도시인 부산조차도 젊은이들이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죠. 일본은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음식이나 문화도 달라 전 세계인들이 해마다 각 지역을 찾습니다. 그만큼 우리보다는 수도권 등 집중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꼭 대도심이 아니어도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소외감을 느끼거나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의사들의 성향입니다. 일본 고위 관계자의 말인데요, 제가 한국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고 하는 데 조언할 게 있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말하면 사실 일본은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의사들이 그렇게 반발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서 보도에는 못 담은 내용인데요, 자세히 물어보니, 일본 의사들은 의사가 늘면 근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기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의사들의 근무시간은 말 그대로 '살인적'이죠. 앞으로 의대 정원이 늘면 이런 부분도 나아질 수 있을지 기대를 가져봅니다.
[앵커]
네, 끝으로 우리나라 의대 증원,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기자]
무엇보다도 적재적소에 어떻게 훌륭한 의료 인력들을 유입할 것이냐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차이도 분명히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장점을 잘 살리되 우리의 현 상황에 맞도록 제도를 잘 정비해야겠습니다. 지역,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더 만족하며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조규홍 장관도 일본 현지에서 저희와 단독 인터뷰를 하며 "의대 정원이 늘어도 의사들의 자부심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제(6일) 발표에서도, 그 이전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에서도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자세히 밝혔죠. 꼭 필요한 곳에 훌륭한 의사들이 모여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며 일할 수 있게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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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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