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보다 더 부끄러운 참패는 76년 동안 없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약체에 질 수도 있다. 어떻게 구성된 대표팀이 어떤 대회에서 어떤 단계에서 어떤 팀에게 어떻게 졌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최악의 경기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들이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7일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스코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축구 사상 최악의 경기다.
한국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정상급 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해외파 비중도 60%을 넘겼다. 누가 뭐래도 한국은 개인 면면으로 보면 역대 최강임은 부인할 수 없다.
대회는 4년 만에 아시아 최강국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은 일본, 이란,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최강국으로 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23위로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높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삼지만, 아시안컵에서는 단연 우승이 목표다. 이번에도 한국은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고 자신감도 계속 피력했다. 게다가 이번 요르단전은 조별리그도 아닌 준결승전이다. 패하면 끝장인 벼랑 끝 승부, 결승전을 눈앞에 둔 길목. 요르단은 FIFA 랭킹 87위로 아시아에서 열 세번째다. 그런데 한국은 무기력하게 졌다.
한국은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한 개도 날리지 못했다. 7개 슈팅 중 골문으로 향한 건 0이다. 반면 요르단은 17개 슈팅 중 7개를 골문으로 날렸고 2골을 넣었다.
경기 내내 한국 플레이는 형편없었다. 요르단보다 잘한 게 하나도 없었다. 체력, 개인기, 팀 전술, 팀워크, 의지에서 모두 밀렸다. 감독 대응력은 빵점에 가까웠다. 요르단으로부터 순간적인 압박을 계속 당한 박용우(알 아인)를 오랜 시간 방치했다. 요르단은 박용우가 공을 잡으면 계속 달려들었고 박용우 실수로 골을 만들었다. 한국은 전술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패턴이었다. 변화무쌍한 팀이 어렵지, 똑같은 식으로 뛰는 팀을 막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다.
한국의 역대 최다 점수자 패배는 1948년 8월 5일 런던올림픽 8강전 0-12 패배다. 당시 상대는 스웨덴이었고 스웨덴은 금메달을 따냈다. 이 경기는 한국의 역대 두 번째 A매치였다. 한국은 외국이 너무 낯설었고 스웨덴 전력은 더더욱 몰랐다.
한국은 처음으로 출전한 1954년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했다. 한국의 일천한 경험, 월드컵 첫 출전. 한국은 대패가 예상됐고 대패가 엄청 이상하지도 않았다. 한국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2001년 6월 대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국 프랑스에 0-5로 무릎을 꿇었고 그해 8월15일 체코 브르노에서는 체코와 평가전을 치러 역시 0-5로 졌다. 상대 전력이 한국보다 훨씬 좋았고 FIFA 랭킹 격차도 컸다. 한 경기는 상대국에서 열렸고 한 경기는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역대 아시아컵 대패는 19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8강에서 이란에 2-6으로 패한 것이다. 당시 한국 FIFA 랭킹은 46위, 이란은 77위였다. 당시 한국에는 항명 논란이 벌어졌다.
2024년 2월7일. 역대 최강 멤버로 나선 한국은 아시안컵 4강전에서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날리지 못한 채 약체 요르단에 0-2로 패했다. 한국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선수도, 감독도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한국 축구가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날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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