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러와 연이은 소통…북핵문제·양자관계 중대 분기점

2024. 2. 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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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中왕이와 전화통화…취임 후 27일만
한중 관계 중시 공감대…조태열 방중 초청도
韓 “북한 문제 건설적 역할”…中 “긴장 이유 있어”
한러 소통했지만…러, 北동결자금 120억원 해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취임 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우리 정부가 일주일 사이에 중러와 잇달아 소통에 나섰다. 한미일 3각 공조로 밀착하면서 소원해진 중러와 양자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면서 한중·한러 관계에서 중대 기점이 될 전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취임 27일 만인 6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50분간 상견례를 겸한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 상견례를 겸한 전화통화다.

조태열 취임 27일만에 한중 첫 통화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 중요”

외교부는 양 장관이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조 장관은 양국이 갈등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의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일중(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차기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공감한 바 있다고 상기하면서고 이를 위한 후속 협의를 진전시켜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왕 부장은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이) 중한(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 수교 이래 양자 관계는 풍성한 성과를 거뒀고 양국 인민에 큰 행복을 가져다줬으며 지역의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중국은 대(對)한국 정책에서 안정성,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고 시종일관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왕 부장은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며 “새로운 용의 해에는 중한(한중) 관계가 ‘용과 말의 정신’을 발양해 새로운 기상을 펴고 새로운 국면을 열어 양국 인민에 더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韓 ‘강제북송’ 문제 언급…中 ‘하나의 중국 원칙’ 강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연합]

조 장관 취임 후 첫 통화인 만큼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중요성을 함께 인식했지만,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차를 확인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연초부터 각종 도발을 지속하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화해 주기를 당부했다.

또한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현재 반도(한반도) 형세의 긴장에는 이유가 있다”며 “각 당사자가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하고 긴장을 격화하는 언행을 택하지 않은 채 대화와 협상으로 각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각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도 뼈 있는 말을 꺼냈다.

왕 부장은 “한국이 긍정·객관·우호적으로 대중국 정책을 펼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지켜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되돌아가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연계가 긴밀하고 생산·공급망이 고도로 연관돼 있다”며 “양국은 응당 함께 산업·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수호하고 경제 문제의 정치화, 안보의 일반화와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변화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양국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등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간 무역투자를 심화해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중 고위급 소통·한중 소통 필요성 확인…관계 관리 의지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연합]

고무적인 것은 한중 양국 간 고위급 소통 의지를 재확인한 점이다.

왕 부장은 “앞으로 조 장관과 좋은 업무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조 장관의 방중을 초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왕 부장의 취임 축하와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해 가자”고 했다.

조 장관의 방중이 성사되면 2022년 8월 박진 전 장관이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다만 현재까지 조 장관이 취임 후 해외 방문을 하지 않아 일정 조율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양 장관은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 대화 등의 협의체가 조기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한러는 지난 주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이 비공개 방한을 계기로 고위급 소통을 이어갔다.

루덴코 차관은 주한러시아대사를 지낸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났다.

우리 측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간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관계 관리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NYT “러, 北 동결자금 120억원 해제”…韓정부 “지속적 모니터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러시아 당국자가 방한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한 관리 의지를 보였지만, 여전히 장애물은 존재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 미 동맹국의 정보 관료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에도 자국 금융기관에 묶여있던 북한 동결 자금 3000만달러(약 400억원) 중 900만달러(약 120억원)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의 유령회사가 최근 친러시아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있는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서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피해 국제금융망 접근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황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한 뒤에 포착되면서, 북한의 무기 이전에 대한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무기 이전의 대가로 대북제재 위반행위를 했다면,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정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제사회에 북러 간 불법 거래 사실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루덴코 차관 방한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편향적”이라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논평으로 우리 정부가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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