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4선발' 낙점했는데…"내 자리는 없다" 나균안의 하루는 '새벽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내 자리는 없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벌써부터 네 명의 선발 투수를 낙점했다. '좌승사자' 찰리 반즈를 시작으로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과 '안경에이스' 박세웅에 이어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재능을 만개하고 있는 나균안이다. 일단 4선발까지는 확정을 지은 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옥석을 가린 뒤 5선발을 결정할 방침을 갖고 있다.
나균안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특급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나균안. 당시 롯데는 강민호(現 삼성 라이온즈)의 후계자로 나균안을 점찍었다. 나균안은 데뷔 첫 시즌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어깨 너머로 강민호에게 많은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강민호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나균안은 본격 롯데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성적은 아쉬웠다. 차곡차곡 경험을 쌓기도 전에 너무 큰 부담을 떠안았던 것이다. 나균안은 2018시즌 106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0.124에 그쳤고, 이듬해 또한 104경기에서 타율 0.124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그러던 중 2020년 스프링캠프 과정에서 왼 유구골 골절상을 당하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이에 롯데는 나균안에게 강한 어깨의 장점을 살려보자며 투수로 변신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선택이 나균안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균안은 2군에서 투수로 경험을 쌓기 시작했고, 2021년 5월 5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23경기(7선발)에서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의 성적을 남기며, 투수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22시즌에는 39경기(13경기)에 등판해 117⅔이닝을 소화,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나균안은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입장이었는데, 2023년부터는 입지가 확 달라졌다.
나균안은 선발 투수로 2023시즌을 시작했고,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하며 생애 첫 월간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23경기(130⅓이닝)에 나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활약, 이제는 롯데 선발진의 한 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나균안이 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배경에는 '재능'도 있었지만, 남들보다 늦게 스타트를 끊은 만큼 더 많은 노력을 쏟아낸 결과였다. 그렇기에 나균안은 지금도 그 어떠한 선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갈망하는 나균안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이번 캠프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균안은 롯데 선수단 '본진'이 도착하기 10일 전부터 미국 괌에 도착해 시즌을 준비,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얼리워크'에 참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체중이 감량된 모습이었다. 6일 취재진과 만난 나균안은 '살이 빠졌다'는 말에 "괌에 와서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뒤에는 캠프에서 관리를 해왔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어 나균안은 "선발대로 먼저 들어오다 보니 몸 상태와 컨디션은 매우 좋다. 조금만 더 몸을 올리면 확실히 좋아질 것 같다. 일본(2차 캠프)에 가기 전까지는 확실히 올라올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는 중이다. 얼리워크 또한 명단에 이름은 없지만, 따로 먼저 나와서 참가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목에 걸고, 투수로 전향한 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나균안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그는 "작년에 부상도 있었고, 작년에 잘했다고 하지만 거기에 머물고 싶지 않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찾아서 해야 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 해결을 할 줄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일찍 운동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령탑은 일찍부터 나균안을 4선발로 확정 지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경쟁자'라는 입장. 나균안은 "감독님께서 아무리 4선발이라고 말씀을 하셔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경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똑같이 훈련을 한다면,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작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페이스가 정말 좋았는데, 이후에는 '좋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나균안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풀타임 선발을 통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것과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 그는 "새롭게 감독님이 오시면서 캠프는 재밌으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다. 우리 팀이 작년에 하위권에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는 포스트시즌, 3년 내의 우승이 목표다. 개인 수치에 대한 목표는 없다 건강하게 풀타임을 치르면 성적은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국제대회를 다녀오니 욕심이 생기더라.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다시 한번 그 느낌을 받고 싶고, 올해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며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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