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위해 주방에 모인 MZ들… “300인분 도시락 만들며 나눔 가치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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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오전 17명의 청년이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설날 인사와 함께 직접 만든 불고기, 양배추볶음 등이 담긴 도시락을 건넸다.
이들은 매주 주말 단체가 운영하는 공유주방에서 만나 노인들을 위해 150∼300인분의 도시락을 만든다.
이날도 청년들은 용산구에 거주하는 23명의 노인과 노인무료급식소에 보낼 도시락 175인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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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도시락 봉사 활동’
신청 치열 ‘봉켓팅’ 불리기도
“젊을때 나눔, 훗날 돌아올 것”
글·사진 =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할머니. 언제나 건강하시고요!”
설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오전 17명의 청년이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설날 인사와 함께 직접 만든 불고기, 양배추볶음 등이 담긴 도시락을 건넸다. 암 투병 중인 고모(69) 씨는 “아이고, 손이 왜 이리 차냐”며 봉사자의 손을 꼭 잡았다. 고 씨는 “청년들이 작년 여름부터 매번 찾아와 따뜻한 식사를 주니 너무 고맙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화답했다. 88세 김모 씨의 집에서는 “조금만 들어왔다 가라”는 김 씨와 “다른 집에도 도시락 배달을 해야 한다”는 봉사자의 유쾌한 실랑이가 이어졌다. 김 씨는 “매번 이렇게 밥만 주고 미안해서 어떡하냐. 늙은 할머니가 폐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도 활짝 웃었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이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모인 봉사단체인 ‘코리아레거시커미티’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매주 주말 단체가 운영하는 공유주방에서 만나 노인들을 위해 150∼300인분의 도시락을 만든다. 이날도 청년들은 용산구에 거주하는 23명의 노인과 노인무료급식소에 보낼 도시락 175인분을 만들었다. 설날을 기념해 식혜도 담았다. 칼질이 서툴러도, 100인분이 넘는 요리가 처음이라 양을 맞추지 못해도 봉사자들 사이에서는 활동 내내 즐거운 웃음이 쏟아졌다.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은 쉬고 싶은 주말이지만 봉사하며 느끼는 ‘나눔’과 ‘사랑’의 가치에 또다시 봉사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봉사에 참여한 지 1년 6개월이 됐다는 직장인 임재덕(36) 씨는 “이렇게 노인분들께 도시락을 만들어드리고 나면 주말에도 뜻깊은 일을 했다는 성취감이 나를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봉사 참여를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나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용산까지 온 이지수(28) 씨는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율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제도 등이 부족한 것 같다”며 “우리 모두 나중에 노인이 된다. 지금의 나눔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선순환을 믿는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탄 도시락 봉사 활동은 현재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매달 하루 받는 봉사활동 신청이 5∼6분이면 마감되는 탓에 봉사 참여가 유명 가수 티켓팅만큼 어렵다는 의미에서 ‘봉켓팅(봉사+티켓팅)’으로 불리기도 한다. 봉사가 마감된 후에는 취소 자리를 노리는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이 이뤄질 정도다.
코리아레거시커미티의 운영진인 박영기(30) 이사는 “우리가 나누는 도시락은 노인분들이 드시는 2∼3일 중 첫 끼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활동은 단순한 도시락 봉사가 아닌, 노인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적적함을 달래드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앞으로 이런 활동이 많이 퍼져나가 더 많은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노인 빈곤 문제가 더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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