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둥이 이름은 문별·휘·무열·겸… 개성껏 자랐으면 하는 바람 담았죠”
대변 4개 똥꿈뒤 포둥이 소식
첫째 ‘우리’까지 5명 육아
한명키울때보다 오히려 수월
매일 여행온 듯 마음 차올라
문별, 날 때부터 괴사성 장염
달님·별님께 지켜달라 빌어
가장 작게 태어난 무열이는
무열왕 강인함 닮으란 이름
“네쌍둥이가 오히려 아이 한 명보다 육아하기 수월한 것 같아요. 아이들끼리 있으면 서로 안정감을 느껴서 잠도 잘 자고, 알아서 잘 놀고. 애가 여럿이라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은 오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남편 김환(27)·아내 박두레(35) 씨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네쌍둥이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첫째에 이어 네쌍둥이가 동시에 태어나면서 5명 아이의 부모가 된 것이다. 두 쌍의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 7000만분의 1을 뚫고 포둥이는 세상에 나왔다.
지난 5일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만난 부부는 결혼하면서부터 6명의 아이를 원했다며 네쌍둥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동으로 자라 대가족의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부러웠던 김 씨와, 삼남매로 자라 그 복작복작함이 그리웠던 박 씨의 마음이 맞아떨어졌다. 첫째 아이를 쌍둥이로 원했던 것도 그 이유다. 쌍둥이를 출산하면 복지도 늘어 다음 아이를 위한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첫째는 홀로 나왔고, 대신 그 뒤를 이어 네쌍둥이 ‘포둥이’가 찾아왔다.
포둥이의 임신 과정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임신 초기 쌍둥이라던 병원에서는 2주 후에 세쌍둥이로 보인다고 고쳐 전했다. 가장인 김 씨는 그날부터 밤을 지새웠다. 준중형 차량을 대형으로 바꿀 생각부터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할 고민까지 인생의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하느라 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런데 2주 뒤, 병원에서 네쌍둥이를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네쌍둥이 소식을 들었을 땐 그냥 ‘될 대로 되라’ 싶더라고요. 어차피 이사 가고 차 바꾸고 해야 되는데, 입 하나 느는 거야 뭐….” 김 씨는 멋쩍게 웃었다.
그 시기 아내는 의미심장한 태몽을 꿨다. 꿈에서 첫째의 기저귀를 치웠더니 아이의 대변이 정확히 4개가 나왔다고 한다. 똥 꿈을 꿨으니 복권이나 사러 가자고 시시덕거리던 와중에 포둥이 소식이 들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원래 이런 미신 같은 거 안 믿는 사람인데, 뭐가 있긴 있나 보다 싶었죠.” 이번엔 박 씨가 웃었다.
포둥이의 이름은 나온 순서대로 ‘문별, 휘, 무열, 겸’이다. 이름에 일관성이 전혀 없는 이유는, 자라면서 네쌍둥이로 묶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았으면 하는 부부의 마음이 담겨서다. 문별이는 태어날 때부터 괴사성 장염을 앓았다.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수없이 들었던 아이다. 달님과 별님에게 아이를 지켜 달라고 빌었던 마음이 통해서 문별이다. 장의 80%를 잘라낸 문별이는 매주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일반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가장 작게 태어난 무열이는 태종 무열왕의 강인함을 닮으라는 뜻이다. 아버지를 따라 휘와 겸이도 외자 이름인데, 둘째는 휘황찬란하라는 의미에서 휘, 튼튼하고 힘이 센 막내는 겸손만 배우면 되겠다는 의미에서 겸이다.
지난 10개월간의 ‘네쌍둥이 육아’ 소감을 묻자 김 씨 부부는 “네쌍둥이라서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너, 나, 우리’라는 의미를 담은 첫째 우리(2)를 키울 때보다, 포둥이 육아가 더 수월했다는 뜻이다. 항상 4명이 뭉쳐 지내다 보니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김 씨 부부와, 포둥이는 저들끼리 다른 방에서 자는데 포둥이가 더 잠을 잘 잔다고 한다.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을 찍는 3시간 동안 한 명의 아이도 울지 않았다.
아이 5명을 키우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육아휴직 중인 김 씨 부부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전쟁을 치른다. 다섯 아이를 씻겨 옷을 입히고 약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하원하면 옷을 벗기고 밥을 먹인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실컷 자고 돌아온 아이들은 야속하게도 에너지가 넘친다. 부부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은 쥐어짜도 하루 3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지나가는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특별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뜻이다. 김 씨는 “결혼 전에는 아무리 해외여행을 다니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늘 텅 빈 듯,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며 “아이들이 있는 지금은 특별한 일 없이 밥을 먹이다가도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재직중인 포스코의 아낌없는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출산친화제도를 적극 운영하는 포스코는 난임 치료비 지원, 출산장려금 등을 통해 임직원의 육아를 돕고 있다. 포둥이를 낳을 때 받은 출산장려금 2000만 원과 포둥이가 첫 돌을 맞을 때까지 제공된 자녀돌봄 서비스가 힘이 됐다고 한다. 9인승 카니발도 선물로 받았다.
“매일매일 여행 온 것처럼 항상 긍정적으로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부는 아이들의 미래에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보다는 자신들의 생활 습관을 먼저 고치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 그대로, 밥을 먹고 바로 눕는 아빠를 포둥이가 따라 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첫째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는 엄마를 따라 이불 개는 시늉을 한다. 김 씨 부부는 “아이들의 귀감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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