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 10실점, 그리고 단 1승...클린스만호는 우승할 자격이 없었다[아시안컵 결산①]
[OSEN=알라이얀(카타르), 고성환 기자] 클린스만호는 우승할 자격이 없는 팀이었다. 주장 손흥민(32, 토트넘)과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 조현우(33, 울산 HD) 등 몇몇 선수들의 후광이 이 사실을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아무리 김민재가 빠졌다지만, 한국 수비는 재앙에 가까웠다. 전반에만 슈팅 12개를 얻어맞았다. 조현우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두세 골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황당한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센터백 듀오' 김영권과 정승현은 물론이고 박용우와 황인범까지 패스 실수를 저지르거나 공을 끌다가 뺏기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한국은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실수로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았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한국은 유효 슈팅 0개에 그치며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다. 한국이 요르단에 패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이날 전까지 역대 전적 3승 3무). 마라톤을 1위로 통과하고 싶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피니시 라인까지 가지도 못했다.
충격적인 결과지만, 돌이켜 보면 언젠가 터질 폭탄이 터진 셈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수비 불안에 시달렸고, 공격에서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사실 말이 수비 불안이지 허리부터 팀 전체가 휘청휘청했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부터 흔들렸다.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도 고전하다가 이강인의 왼발 두 방으로 승리를 챙겼다. 요르단전에선 전반에만 2실점하며 끌려가다가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로 겨우 비겼다. 심지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도 3골이나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조별리그 6실점은 한국의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이다. 클린스만호의 수비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심지어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를 데리고 기록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악스러울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선 '깜짝 스리백'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급조한 전술이 제대로 통할 리 없었다.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삐걱대는 호흡을 보면 실전 경험이 없는 티가 역력했다.
클린스만호의 이번 대회 공식 성적은 6경기 2승 3무 1패다. 하지만 90분 정규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승 4무 1패로 바뀐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이 한국이 유일하게 전후반이 끝났을 때 승리한 경기였다.
사실상 6경기에서 단 1승.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치다. 위기 때마다 나타난 조현우와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의 개인 능력이 이를 가렸을 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정상에 도전할 만한 팀이 아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언제나 넘치는 자신감과 해맑은 미소, 화려한 인터뷰 스킬로 본질적인 문제를 숨겼다.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고도, 후반 추가시간의 기적으로 기사회생하고도 선수들을 아낌없이 칭찬하며 본인은 빠져나갔다.
하지만 과정 없는 결과가 오래 이어질 순 없는 법. 언제까지나 기적만을 꿈꾸던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그 대가를 치렀다. 그의 대책 없는 낙관은 유효 슈팅 0개, 사상 첫 요르단전 패배, 그리고 박수받을 수 없는 최악의 탈락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의 머릿속에 사퇴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더 보완하는 일이다.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 예선도 치러야 한다. 앞으로를 잘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미래를 그렸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