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대학가 ‘나도 도전’ 술렁… 교수들은 ‘다 빠져나가겠네’ 우려[의대 증원 2000명]
의대 합격선 낮아지며 N수생 사상 최대 전망도
서울대 교수 “인재 유출 심각… 다 빠져 나갈 것” 한숨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가 내년도 의학대학 입학 정원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의대 정원이 증원 되면서 ‘의사가 되는 길’이 넓어졌고, 이 때문에 기존 대학을 포기하고 의대 도전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들이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간 뒤 의대에 진학하는 지역 인재 전형 문의도 늘어난다.
7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을 증원키로 발표한 이후 학원가 ‘의대반’에 대한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서울대를 졸업했고 최근 취업까지 했는데 의대 재수를 희망한다는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도 의대 지원 의사를 타진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 서울대 졸업생은 “제조 대기업 1년 차인데, 고민하다가 오늘 학원 온라인 수강권 끊었다. 일단은 되든 안 되든 (의대 도전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썼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대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의 45.4%가 의대 진학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 폭을 크게 상회하는 ‘2000명 증원’ 발표여서 최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의대 입학 가능선 상에 올랐고, 이 때문에 ‘N수생’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합격 점수도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의대 정시 합격선은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300점 만점) 285.9점이지만, 2000명 증원되면 281.4점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게 종로학원 추정이다.
직장인들의 의대 진학 문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0대 중반의 한 직장인은 “세전 연봉 1억5000만원이고 기혼이라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의대) 지역인재전형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 글에는 2000년대 학번 직장인이 반수를 위해 내신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몇백명 정도 확대라면 미미했을 텐데, 2000명 증원은 서울대 (이공계열) 하나가 더 생기는 결과다. 재수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한테도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발표 때문에 학원가를 찾는 또다른 목소리도 있다. 지방 소재 학원들 문의다. 광주의 한 학원 관계자는 “광주는 연구직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의사와 비교해 대우가 낮다는 점을 자신이 몸으로 겪었다며 의사를 시켜야겠다고 하는 아버지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대구 소재 한 입시학원 관계자도 “초등 의대반을 운영해오고 있었는데 신청 대기가 많아 선생님을 추가 모집해 규모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학부모 A씨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갔더니 학원에서 이미 알고 ‘혹시 지역인재를 노리고 왔느냐’고 물어왔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입시커뮤니티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탈대치’해서 지역인재로 의대를 가는 게 낫겠다”, “이사를 알아봐야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연쇄적인 ‘이탈’로 편입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 최상위권 학생들이 빠진 자리를 중하위권, 지방 소재 대학 학생들 등이 채우려고 하면서다. 서울 소재 한 편입학원 관계자는 “상위권 학교들의 자퇴 규모가 늘면서 편입 합격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수강생도 늘었다”고 했다.
현역 의대 교수들의 우려는 크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 정책연구소장은 “기초의학 교육 확대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면 의대생들은 졸업하자마자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나 가게 될 것”이라며 “요즘 의대에서 누가 힘들게 대학에 남아 공부하려고 하냐”고 일갈했다. 이외에도 증원된 의대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교원 마련이나 기자재 준비, 각 대학들의 투자여력 등이 모두 편차가 큰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증원 규모를 정하고 이를 의대 정원에 반영한다는 것이 실현 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학생 이탈을 우려하는 교수도 있었다. 결국 ‘이공계 기피’ 현상이 우려스러운 상황인데, 여기에다 의대 정원까지 증원되면 인재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또 줄줄이 나가게 될 것이다.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남아있는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심각한 상황인데 의대까지 증원돼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학내에 보편적인 ‘의대 선망’ 현상에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될 것이란 우려다.
ho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가 너무 부족해. 너무 죄송합니다" 손흥민 눈물 꾹 참으며 한 말
- "운전을 발로 배웠다" 두 발로 핸들 잡고 ‘휙휙’…5톤 트럭 아찔한 질주
- '상간남 피소' 강경준 조정 가능성... 합의로 끝날 수도
- [영상] “대리 부른 줄 알았다”…女운전자 안심시키더니 무차별 폭행
- 배종옥 "39살에 엄마 잃고 조울증…108배로 이겨냈다"
- ‘음주운전 자숙’ 곽도원, 2년만에 공개된 근황이 술자리
- 은지원 " 한번 이혼해서 위축...연애 조심스러워"
- 최동석 “변명 잘 들었습니다”…전처 박지윤 ‘자선행사 해명’에 또 저격
- '유효슛 0개' 졸전에도 활짝 미소…클린스만에 비판 봇물
- 홍정욱 “모든 순간 아들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했다”…아버지 남궁원 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