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에 불탄 카이사르 장인의 두루마리, AI가 읽어냈다

두루마리에서 인공지능(AI)로 판독한 그리스어 πορφύραc. '보라색'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베수비오 챌린지

인공지능(AI)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불에 탄 2000년 된 두루마리를 판독해냈다.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 대회는 5일 “학생 3명으로 구성된 팀이 로마시대 두루마리에서 최소 140자 이상, 85% 이상의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네 개의 문장을 추출하는 데 성공해 70만달러의 상금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수상팀은 학생 3명으로 구성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유세프 나데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인턴이자 학생인 루크 패리터, 스위스 취리히 연벙공대의 학생인 줄리안 실링거다. 앞서 패리터는 지난해 10월 두루마리에서 ‘보라색’을 뜻하는 첫 그리스 단어를 찾아내 ‘첫 번째 글자상’ 4만달러를 받았다.

이번에 해독된 두루마리는 18세기에 이탈리아 헤르쿨라네움에 있는 별장의 서재에서 수백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함께 발견됐다. 모양이 바나나를 닮았다고 ‘바나나 소년(Banana Boy)’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베수비오 화산은 79년 8월 24일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폼페이를 완전히 파괴하고 인근 헤르쿨라네움에도 많은 피해를 입혔다.

유일한 로마시대 문헌인 이 두루마리는 제정(帝政) 로마의 문을 연 율리우스 카이사르 황제의 장인이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됐지만, 화산 잔해에 심하게 타서 해석할 수는 없었다. 미국 켄터키대 컴퓨터과학과의 브렌트 실즈(Brent Seales) 교수와 실리콘 밸리의 후원자들은 지난해 100만달러 상금을 걸고 이 두루마리 해독자를 시상하는 베수비오 챌린지 대회를 열었다.

두루마리가 지금까지 남은 것은 역설적으로 고온 덕분이었다. 이탈리아 나폴리대의 파피루스학 연구자인 페데리카니콜라르디(Federica Nicolardi)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분해됐을 파피루스가 오히려 화산 폭발 시 높은 온도로 인해 바로 탄화돼 보존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타 재로 사라지지 않고 숯이 돼 보존됐다는 것이다.

켄터키대의 브렌트 실즈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셔에 있는 국립 방사광가속기에서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두루마리에서 문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글은 해독할 수 없었다. 실즈 교수는 이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베수비오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번 수상팀은 인공지능으로 문자를 해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패턴 인식을 통해 글자를 알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판독한 두루마리에는 음악과 음식, 삶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루마리의 문장이 헤르쿨라네움에 살았던 에피쿠로스 학파 철학자인 필로데무스의 전형적인 문체라고 보고 있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에피쿠로스에서 나왔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주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필로데무스는 두루마리 한 구절에서 “음식의 경우처럼, 우리는 부족한 것이 풍부한 것보다 더 즐겁다고 믿지 않는다”고 썼다.

니콜라르디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헤라쿨라네움 파피루스와 그리스 철학 전반에 걸친 혁명의 시작”이라며 “고대 로마 시대부터 우리에게 전해진 유일한 도서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은 지금까지 그리스 문자 2000개를 해독했는데, 이는 두루마리 4개의 전체 문장 중 5%에 불과하다. 베수비오 챌린지 수상팀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올해 스캔한 두루마리 네 개 중 90%를 판독하고, 궁극적으로는 800개 모두를 판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Vesuvius Challenge, https://scrollprize.org/grand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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