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물러선 한국 농민의 기개…빨강이 펄펄 끓는 이 그림 [영상]

노형석 기자 2024. 2. 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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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는 미술관 '노이에 피나코테크', 스위스 취리히에는 미술관 '쿤스트 할레'가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이에(NEUE)는 새로운, 쿤스트(KUNST)는 예술이라는 뜻인데요.

한겨레가 '노이에 쿤스트'를 시작합니다.

노이에 쿤스트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미술 전문 영상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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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 쿤스트 3회
100년 전 ‘암태도 소작쟁의’ 기록한 전시회
‘서용선 프로젝트: 암태도’의 주요 인물 서태석. 박승연 피디
독일 뮌헨에는 미술관 ‘노이에 피나코테크’, 스위스 취리히에는 미술관 ‘쿤스트 할레’가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이에(NEUE)는 새로운, 쿤스트(KUNST)는 예술이라는 뜻인데요. 한겨레가 ‘노이에 쿤스트’를 시작합니다. 노이에 쿤스트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미술 전문 영상 콘텐츠입니다.

붉고 거친 피부의 남성이 초록빛 풀밭에 모로 누워있습니다. 강렬한 눈은 텅 비어갑니다. 그래도 풀을 움켜쥔 손은 놓지 않습니다.

기개가 그림을 뚫고 나오는 듯한 이 남자의 이름은 서태석. 100년 전인 1924년 전라남도 신안군(당시 무안군)에 있는 섬 암태도의 소작인 회장이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5월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서용선 프로젝트: 암태도’의 주요 인물이기도 합니다.

농민이 경찰, 법원, 일제를 다 이겼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지주의 수탈에 맞선 농민 항쟁이다. 박승연 피디

소작인은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그 대가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영세 농민을 뜻하는데요. 일제강점기였던 1923∼1924년 암태도의 조선인 지주는 수확물의 70%를 소작료로 요구했습니다.

가혹한 수탈을 견디지 못한 소작인들은 일제의 비호를 받는 지주에 맞서 싸웁니다. 맨 앞에 나섰던 회장 서태석이 일제 경찰에 연행되자, 분노한 소작인들은 목포경찰서 앞에서 ‘아사(단식) 투쟁’을 벌입니다. 농민의 기세에 놀란 지주는 소작료를 수확물의 40%로 낮춰줍니다. 성공한 암태도의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기념비적 항쟁으로 기록됐습니다.

풀밭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는 서태석. 박승연 피디

항쟁에 앞장선 서태석은 모진 고문 후유증으로 조현병을 오래 앓았습니다. 결국 1943년 암태도과 가까운 섬 압해도의 풀밭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가는 ‘서태석 연작’을 통해 풀밭에 웅크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서태석, 풀밭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는 서태석을 그렸습니다.

유류탱크로 사용됐던 문화비축기지 전시관의 동그란 벽을 따라 걸으면 농민 투쟁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무명의 소작인처럼 대부분 작품도 무제입니다. 이름 없는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휴머니즘에 강렬한 색을 입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출연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글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
영상 박승연 PD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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