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범 "부모도 책임"...미국서 첫 유죄평결 왜?

정원석 기자 2024. 2. 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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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는 정신 상태 방치하다 총까지 사주고 수상히 여긴 학교엔 함구
미국 미시건주 옥스포드 고교 총기난사범 이선 크럼블리

지난 2021년 말 미국 미시건주 오클랜드 카운티의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당시 15살이었던 이선 크럼블리가 학급 친구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습니다.

크럼블리에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는데, 부모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모친 제니퍼 크럼블리, 미시건주 법원 배심원단은 유죄를 평결했습니다.

[배심원 대표]
"매디슨 볼드윈(피해자)에 대한 피고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이후 나머지 3명의 피해자에 대해 반복)"

부친인 제임스 크럼블리의 배심원 평결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인데, 왜 부모의 책임까지 묻게 된 걸까요?



먼저 범행에 쓰인 총은 부모가 하루 전 이선에게 사준 선물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부모의 책임이 더 명확해집니다.

총격범 크럼블리가 범행 당일이었던 2021년 11월 30일 오전에 과제물에 남긴 낙서(미시건주 재판부 자료)


이선 크럼블리의 범행 직전, 교사가 발견했던 수학 과제물인데요.

문제를 풀진 않고 총과 총알, 그리고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그려뒀습니다.

그리곤 "사방이 피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도와줘"라든가 아래쪽에는 "내 삶은 쓸모없다", "세상은 망했다"라고 써놓았습니다.

이걸 본 교사는 즉각 부모인 제임스와 제니퍼를 학교로 불렀지만, 둘은 총을 사줬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총을 가져간 것도 함구했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그대로 학교를 떠났고, 이선은 약 한 시간 뒤 친구들에게 총을 난사합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모른 채 한 겁니다.

평소 부모로서도 빵점이었습니다.

약물 중독에 서로 바람을 피우기 바빠, 평소 정신적 문제가 있던 아이를 방치했습니다.

이선은 10대가 되면서 작은 동물들을 고문하길 즐기고 어린 새의 머리를 유리통에 담아 학교에 갖다 놓는 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역시 배심원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검찰은 "부모로서 총을 사준 사실만 알렸어도 총이 있는지 확인해 뺏었으면 그만이었던 사건"이었다면서 "자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총을 사줘 버렸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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