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세계증시 韓비중 1%대 [투자360]
한국 비중 1.8% 가량
미국 시총 비중 2003년 이후 약 20년만에 최고
중국은 2015년 20%의 절반 수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 독식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세트'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일 기준 미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총 51조 달러(약 6경7855조원)로 작년 말보다 1조4000억달러(약 1862조원) 늘었다. 미국 기업의 시총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이 기간 1.6% 포인트 상승한 48.1%를 기록하면서 2003년 9월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 비중 감안시 전세계 시총 규모는 현재 14경107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2일 현재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전체 시종이 2505조원 가량이 되기 때문에 전세계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 정도 되는 셈이다. 이처럼 경제규모 및 교역량에 비해 세계 무대에서 우리 주식시장의 존재감이 여전히 과소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6일 내놓은 '자본시장 정책과제 추진방향'에서 국내기업이 수익성이나 자산가치 등이 유사한 외국기업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이를 포함한 자본시장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지수 기준 국내 증시 PBR은 1.05배(코스피 0.95배, 코스닥 1.96배)로 선진국(3.1배)은 물론 신흥국(1.61배) 대비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춘 PER(주가수익비율)과 달리 PBR은 자본의 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장치산업 비중이 큰 국내증시 평가에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투자지표(PBR·ROE 등)를 비교공시하고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우수업체 등으로 구성된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의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확산되도록 물적분할·내부자거래·자사주 및 배당절차 관련 제도 개선으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추가적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권익보호를 위한 제도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 구체화 등 책임 강화와 전자주총 도입 등 주총 내실화 등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향후 자본시장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실효성 있는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등 불공정 거래 제재수단을 다양화하고, 쌍방향 주식리딩방을 투자자문업에 포함하고, 직권 말소 사유를 확대하는 등 유사 투자자문업에 대한 규율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공매도 상환기간이나 담보비율 등의 거래조건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 공매도 제도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과 같은 세제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대체거래소(ATS) 출범, 비상장주식시장 제도화 등을 통해 거래시스템을 다양화하는 한편, 투자자설명회(IR) 강화를 통해 국내증시 수요기반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중국 상장사 총 시총 점유율은 전 세계의 10%에 그쳤다. 2015년 6월 한 때 20%에 가까웠지만 약 9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닛케이는 미중 격차 확대는 양국 테크기업의 활력 차이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미국의 아마존과 메타 2개사만으로 올해 들어 시총이 총 5100억 달러 늘었다. 반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같은 기간 총 310억 달러가 줄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2020년 말 세계 시총 상위 10개사에 포함되는 등 미국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이후 중국 경제 정체와 함께 모두 밀려났다.
중국 정부의 IT업계에 대한 통제 강화가 민간 기업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시총 상위 100대 중국 기업을 분석했더니 정부 지분이 50%를 넘는 국유기업 비율이 지난해 말 50%에 달했다. IT기업을 중심으로 민간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2021년 6월 말 31%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더해 세계적인 AI 개발 경쟁에서 미국이 앞서나가는 것도 미국 기업의 시가 총액을 밀어 올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용 반도체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세계 시가총액 6위에 올랐다. 닛케이는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시진핑 정권에 대한 우려로 자금 배분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인도와 일본이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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