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오스카 쥐고 “기대에 부응” … 1년반 부상공백 딛고 “응원에 보답”
강미선 수석무용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했던
작품 ‘미리내길’서 같은 역할
발레·한국무용 접목에 중점
임선우 드미 솔리스트
정강이 뼈 골절로 큰 스트레스
팬들 응원댓글 보며 위안 얻어
문예창작 공부 등 다양한 경험
올해 창단 40년을 맞이한 유니버설발레단은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정(情)’으로 2024년을 시작한다. ‘코리아 이모션 정’은 한국인의 정(情)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 작품으로 2021년 초연 이후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올해 무대에 서는 화제의 무용수 두 명을 만났다.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과 부상을 딛고 1년 6개월 만에 복귀하는 발레리노 임선우다.
◇강미선 수석무용수
강미선 수석무용수는 지난해 ‘미리내길’에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연기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그는 오는 16∼18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코리아 이모션’에서 같은 역할로 돌아온다. 현재 백조의호수 지방공연까지 동시에 연습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지난 5일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자리에서 “한국 발레단의 발레리나로 불리고 싶다. 해외에서 국위선양하고 있는 무용수들도 많지만 해외 발레단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 발레단의 발레리나로서 해외에 한국 발레를 알렸다는 것에 자부심과 사명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이후에 미리내길이라는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커졌다. 관심이 커진 만큼 부담감도 생기지 않았냐는 질문에 “부담보단 올해 첫 공연으로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지난해 코리아 이모션을 못 보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서 올해 궁금하셨던 분들은 보실 기회다.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미리내길을 포함한 코리아 이모션 작품들에서 여성 안무의 특징은 하체는 클래식 발레, 상체는 한국 무용을 한다는 것. 강미선은 초등학생 때 한국 무용을 5∼6년 배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하체는 클래식 발레를 하면서 상체는 한국 무용의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조화롭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하다. 안무 처음 들어갔을 때 유병헌 감독님께서 이런 팔 동작을 하면 좋겠다고 요청하시면 최대한 한국무용에서 썼던 팔 동작을 많이 보여줬다. 내가 나오는 파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고전적인 한국 무용 동작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연구 중이다. 지난해랑 팔 동작이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리내길 관람 팁으로 무대에서 사용되는 곡의 가사를 미리 보고 오라고 권장했다. 그는 “가사가 있는 곡이 사용된다는 것도 미리내길의 차별점인데 가사를 한 번 읽고 보면 무용수들이 어떤 표현을 하고 있는지 더 몰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미선은 발레단 연수 단원으로 시작해 모든 등급을 차근차근 밟아 입단 10년 차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대기만성형 발레리나다. 오랜 기간 묵묵히 열정을 불태웠던 그의 지난해 수상 소식은 무용계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 강미선은 한때 발레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어릴 땐 욕심은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기회가 없었다. 처음엔 불만이 윗사람한테 갔지만 결국엔 내 탓이더라. 내가 뭘 더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부각시키면 기분도 좋아지고 발전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21년 동안 한 곳에서 열심히 하니 이제야 ‘열심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분들은 그런 만족감을 더 일찍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선우 드미 솔리스트
부상으로 쉬고 있었던 임선우 드미 솔리스트가 이번 ‘코리아 이모션’으로 1년 6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는 것은 발레팬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 스위스 로잔 콩쿠르를 수상한 ‘발레계의 조성진’, 글 쓰는 발레리노 등 수많은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임선우는 두터운 팬덤을 지닌 무용수이기도 하다.
지난 6일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임선우는 “부상 기간 동안 힘들었지만 내가 활동 중인 글쓰기 플랫폼에 응원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큰 위안이 됐다”며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인의 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인간관계에서 정을 느꼈던 기억들을 되새겨보면서 공연을 감상하면 우리가 추는 춤에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더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선우는 이번 코리아 이모션에서 한국인의 흥을 표현한 ‘동해 랩소디’, 남성 무용수 4명이 부채를 이용해 사랑하는 임을 그리며 슬프고 허탈한 감정을 표현한 ‘찬비가’, 형제·부자·동성 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다솜’, 아무리 힘들더라도 꼿꼿하게 일어서는 한국인을 표현한 ‘비연’, 그리고 피날레 공연인 ‘정선아리랑’ 등 다섯 작품에 출연한다. 출연하는 다섯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자 그는 “다섯 작품뿐 아니라 코리아 이모션 전체에 애착이 간다. 찬비가는 음악과 노래가 좋고, 다솜은 내가 남동생이 있어서 몰입이 더 잘 되고, 미리내길은 옆에서 보고 있으면 공연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부상 기간 동안 발레와 한 발짝 떨어진 삶을 살기도 했다.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고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학부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그는 “그 전까지 발레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재미가 있었다. 부상으로 발레를 못하니까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잠시나마 다른 데 집중함으로써 발레 없는 1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인생이 아주 길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으니 재미있게 즐기며 살면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부상을 이겨내고 꿈에 그리던 발레를 다시 하게 됐지만 매일매일이 도전이라고 한다. 임선우는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 정강이뼈가 반으로 부서지는 골절로 고통받으니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다 나았다고 해도 몇 가지 동작을 하는 데 두려운 마음이 있고 또 다칠까 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매일 춤출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그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임선우는 “‘그렇게 심각하게 다쳤는데 더 심하게 다치겠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정강이에 무리가 안 가게 엉덩이나 햄스트링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서 적발된 한인 성매매 업소…한국 스파이 조직 의혹
- 톱스타 출연료 수준은? … 3~4회만 출연해도 강남 아파트 한채 값[Who, What, Why]
- [설 민심 여론조사] “한동훈 잘한다” 45% vs “이재명 잘한다” 36%
- [단독]올 대입 의대 정원 2000명 늘린다
- ‘현역가왕’, ‘미스트롯3’ 넘었다…시청률 골든크로스
- 진중권 “김경율과 통화, ‘내가 압력 굴복할 사람이냐’고…레드팀 역할 충실히”
- 김영옥 “음주차량 사고에 손자 하반신 마비… 8년째 간병”
- 사유리, 강남과 7년 손절 “교통사고 후 연락 무시”
- [속보]무산된 64년 만의 우승… 한국, 요르단에 사상 첫 패배로 4강 탈락
- 최동석, 전처 박지윤 저격… “아픈 아들 두고 파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