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情 넘치고 흥미로웠던 시절 못 잊어[고맙습니다]

2024. 2.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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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가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도 1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내 아래에도 후임들이 들어왔다.

시간은 어느덧 흐르고 흘러 내가 센터를 떠나는 날도 다가왔다.

무려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곳에서 만난 분들에게 자연스레 정이 들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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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남산실버복지센터 어르신과 직원들
지난 2022년 11월 24일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일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산실버복지센터 어르신들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는 의미에서 절을 했던 모습.

어느덧 내가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도 1년이 지났다. 시력 문제로 사회복무요원으로 생활했던 나는 1년 9개월간 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했다. 다사다난한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배운 점도 많았다. 센터에서의 첫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어르신들을 많이 볼 일이 없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빼면 딱히 마주할 일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센터에 다니는 어르신들은 치매를 비롯하여 각종 질환을 앓고 계셨다.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어르신들을 대하는 법도 잘 몰랐고,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원래부터 난 가족 구성원에게조차 거리감을 느끼고,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완전히 남인 어르신들을 보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문도, 어르신들의 마음의 문도 함께 움직였다. 사실 어르신들 입장에서 나는 손자뻘의 나이였다. 그래서 도와드리면 고맙다는 표시로 작은 과자라도 주시고는 했는데, 이게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사소한 증표일지도 모르지만,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는 순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힘들었던 날에도 작은 호의를 경험하면 마음이 확 풀렸다. 치매 어르신들인데도 불구하고 몇몇 분들은 내 얼굴을 기억하셨다. 이름까지는 외우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자주 보는 얼굴이라고 하시면서 반겨주셨다. 천천히 나타나는 관계의 변화가 내게는 참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내 아래에도 후임들이 들어왔다. 센터의 고참이 된 나는 센터의 업무도 적극적으로 돕고, 후임들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어색하기만 했던 일들도 이젠 너무 익숙했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기 전에 한발 먼저 움직여서 편하게 생활하시도록 준비할 정도였다.

가족들을 대하는 내 모습 역시 많이 달라졌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도 예전보다 훨씬 잘 이해했고, 살갑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저 두 분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만나게 되는 다양한 친척분들과의 사이도 훨씬 가까워졌다.

시간은 어느덧 흐르고 흘러 내가 센터를 떠나는 날도 다가왔다.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소집해제일이 눈앞에 오자 기분이 묘했다. 언제나 민간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완전히 이곳을 떠난다고 하니 시원섭섭했다. 무려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곳에서 만난 분들에게 자연스레 정이 들었구나 싶었다.

센터를 떠나는 마지막 날, 나는 어르신들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내 진심을 표현하고 가고 싶었다. 어르신들의 기억에 내 모습이 안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에는 그 순간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의 기억을 잘 마무리하고 가져가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1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은 그 시절을 떠올린다. 특히 최근에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더욱 그랬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고, 결코 영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만큼은 최대한 행복하게, 많은 것을 누리면서 즐거운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어르신, 그리고 함께 일했던 사회복무요원들이나 직원들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더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바쁜 일상을 힘차게 꾸려가길 바란다.

이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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