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된 '한국?타이완', 후방 병참기지 '일본'

손승욱 기자 2024. 2.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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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이 일본에만 가는 이유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잡니다. 오늘 준비한 일본 투자 이야기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에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단타'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장기 보유'를 즐기는데, 그가 좋아하는 주식인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은 보유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그가 '단타'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세계 반도체 1위 타이완의 TSMC 주식을 샀다가 그 대부분을 한 분기 만에 다시 팔고, 바로 이어서 일본의 5대 무역상사(마루베니, 스미모토,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를 샀습니다.

그는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TSMC 단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더 나은 투자처가 있었다"라며 (타이완의) 지정학적인 긴장감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모양새가 '타이완'을 팔고 '일본'을 산 격이 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미중 갈등 때문에 일본이 덕을 볼 수도 있구나'라며 해프닝처럼 넘어갈 것 같던 이 움직임이 최근 대세가 되면서 '일본에 몰리는 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투자금의 일본행' 이유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했습니다.

중국에서 나와 일본에 간다?

일본에 돈이 몰리는 '지정학적인 이유'를 미중 갈등에서 찾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미중 갈등 때문에 돈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일본으로 간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여전히 2가지의 의문점을 남습니다.

하나는 "왜 일본으로만 가고 한국으로 오지 않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공학적 문제긴 하지만- "중국은 MSCI 분류상 신흥국이고, 일본은 MSCI 분류상 선진국인데 포트폴리오에 맞춰 움직이는 큰 손들이 그 경계를 쉽게 넘나들지 않는다. 차라리 중국 빠져나온 돈이 (같은 신흥국인) 인도 간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먼저 첫 의문점인 "왜 일본에만 가고 한국에는 오지 않을까"에 대한 지정학적인 해석부터 정리했습니다.

한국‧타이완, 미중 갈등의 최전선

우선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모습을 전 세계로 확대해 '큰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미국, EU 중심의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와 중국, 러시아 중심의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의 대결이 진행 중입니다. '신냉전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중남미나 중동에서 리튬이나 석유 같은 주요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경제 분쟁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각종 무력 충돌에도 '블록(Block) 간의 대결'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동북아에서는 이런 식의 충돌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타이완 해협입니다. 최근 친미 민진당이 친중 국민당을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이기면서 타이완 해협의 충돌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럴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타이완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타이완 해협 전쟁 시 한국 GDP의 23%가 날아간다고 계산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설명입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만약 타이완 사태가 일어나면 미중의 전선이 타이완하고 한반도에 형성됩니다. 이건 뭐냐 하면은 미중갈등에서의 최전선은 타이완 하고 한국이에요. 그러면 최전선의 긴장관계가 일어나면 이 두 지역의 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는 거는 너무나 당연하고 또 한국 GDP의 4분의 1 가량이 날아간다는 거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꼭 타이완 해협에서 충돌이 없더라도, 북한의 도발을 제외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세계 주요 언론들이 꼽는 대표적인 '경제적, 군사적 분쟁 가능 지역'입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한국 정부가 2022년에 인도 태평양 전략에 가입하기 시작했고요. 작년에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완전히 미국하고 일본 편에 섰습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를 선택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글로벌 웨스트를 선택하더라도 글로벌 이스트나 글로벌 사우스하고도 잘해야 되는데 글로벌 이스트의 핵심 국가인 중국에 대해서는 '탈중국 선언'을 해버린 겁니다. ... 한반도도 지금 최전선에 들어가 버렸어요. 우리가 글로벌 웨스트를 선택하는 바람에 한국도 최전선에 들어가 버렸어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타이완과 한국이 미중갈등의 최전선이 되면서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생겼고, 2) 그런 가능성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의 성향으로 두 나라에게는 경제적 디스카운트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의 후방 병참기지론

반면에 일본은 어떨까요? 1950년대 6.25 전쟁 때로 잠깐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경제는 엉망이었습니다. 패전국들이 응당 그렇듯 일자리가 없었고, 물자는 부족했고, 인플레이션도 엄청났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초긴축정책'을 펴면서 경제는 더 엉망이었습니다. "패전국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못하게 중공업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승전국 미국의 경제 정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평화로운 낙농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 6.25 전쟁이 터집니다. 미국은 당장 전쟁 물자를 생산할 기지가 필요해졌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당장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후방에 있고, 전쟁무기 만들던 공장이 남아있던 일본을 '병참기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전국 미국이 전쟁에서 이긴 지 몇 년 만에 원수 같던 패전국 일본을 지원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된 겁니다. 미국식 대량생산 체제가 일본 공장에 속속 도입되면서 전쟁 관련 군수품 생산 공장이 일본 내에만 860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1950년~1953년 일본이 한국 전쟁과 관련된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매년 10% 이상씩 늘었습니다. 당시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는 6.25전쟁이 시작되자 "하늘과 신이 일본을 돕는다"라고 말했다는데,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그렇게 됐습니다. 초라한 패전국에서 6.25전쟁을 발판으로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의 그 이후 얘기는 모두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다시 2024년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의 또 다른 전쟁이 동북아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최전선은, 그게 타이완이든 한국이든, 다시 일본의 앞쪽이 됐습니다.

일본의 보수 세력이 원하는 '기지국가론'이 6.25 전쟁 이후 또다시 등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상황이 한국을 '최전선'으로 묶어 놓고 일본을 병참기지로 만들어야 잘 산다는 일본 보수 우익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겁니다. 김현철 교수의 저서 '일본이 온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기지국가론은, 한반도를 전쟁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가능한 상태인 전장(戰場) 국가로 묶어 두고 일본은 그 후방의 기지(基地) 국가로 자리매김하자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도 확보하고 경제적 이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일본이 온다'(김현철 著)

실제로 2024년 최고 화두가 된 미중갈등으로 인해 일본이 다시 '병참기지'로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 환경이 1950년대와 다른 점이 많다고 해도 '고령화로 시들해진 일본 경제'에는 분명히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일본에 몰리는 해외 자본과 이에 따른 주가 폭등이 이런 증거로 거론됩니다. 간단히 '재팬 프리미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손승욱 기자 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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