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패트리엇, 사우디도 뚫었다”, 중동서 천궁Ⅱ가 뜨는 이유는 [박수찬의 軍]
한국이 개발한 ‘한국판 패트리엇’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이 중동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동에서 무기 보는 눈이 까다롭다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아랍 세계의 리더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천궁Ⅱ를 선택했다.
국방부는 6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방문한 신원식 장관과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LIG넥스원과 사우디 국방부 간 체결한 천궁Ⅱ(M-SAMⅡ)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공개했다.
UAE와 사우디가 거액을 들여 천궁Ⅱ 도입을 결정하면서 한국의 방공무기체계가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지역을 공략, 폴란드 방산 수출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현지화 거친 천궁Ⅱ 공급될 듯
천궁Ⅱ는 2018년부터 양산에 착수한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에서 패트리엇(PAC-3)과 더불어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핵심 무기다.
다기능레이더(MFR)는 한화시스템, 발사대 3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사일을 포함한 체계통합은 LIG넥스원이 맡는형태다. 이들이 모여 1개 포대를 구성한다.
천궁Ⅱ는 국내 지대공 유도무기 기술의 집약체로 불린다. 항공기와 미사일 요격무기 개발은 난도가 매우 높다.
특히 천궁Ⅱ는 ▲고속표적 요격용 고기동 미사일 설계기술 ▲탄두 타격을 위한 고성능 탐색기 기술 ▲급속방향전환과 정밀유도를 위한 추력조절용 측추력기 기술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데 필요한 알고리즘, 신호처리기 기술이 필요했다. 독자 개발이 쉽지 않은 고급 기술이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산업계는 치열한 노력 끝에 국산화율을 약 90%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독자적인 기술을 축적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미사일 방어체계 중 하층 방어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대부분 확보했다.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은 PAC-3처럼 표적과의 직접충돌(hit-to-kill) 방식으로 요격한다. 정확하게는 표적에 명중하기 전에 폭발해 파편을 표적과의 충돌코스에 살포하는 식이다.
발사 방식은 S-400처럼 수직 발사대에서 콜드론치 방식으로 사출, 공중에서 로켓엔진을 점화해 표적으로 날아간다. 발사대 1대엔 미사일 8발을 탑재한다.
탄도미사일 요격 사거리는 20㎞, 고도는 15㎞이며 항공기 요격범위는 이보다 넓다.
다기능레이더는 기존의 천궁 레이더를 성능개량한 형태다. 천궁의 레이더는 다수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미사일을 유도하는 국내 최초의 3차원 다기능레이더다.
천궁Ⅱ 다기능레이더는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식별과 교전 기능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미사일 요격에 필요한 복합적 임무를 단일 레이더로 처리할 수 있다.
중동에 수출될 천궁Ⅱ는 현지 사정에 맞는 개량이 적용된다.
UAE는 2015년 9월 예멘에 있던 자국군이 후티 반군이 쏜 러시아산 OTR-21 단거리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아 52명이 전사하면서 저고도 미사일방어 대책이 시급해졌다.
이에 따라 UAE는 2017년부터 천궁Ⅱ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한국군 천궁Ⅱ 다기능레이더는 공랭식이다. 이는 극한의 열기와 모래먼지를 지닌 아랍 사막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냉각효과가 없었고, 모래먼지로 인한 운영 제약도 있었다.
남쪽의 예멘 후티 반군과 북쪽의 이란 드론·미사일 위협을 모두 경계해야 하는 UAE는 강력한 출력과 넓은 탐지거리를 지닌 고성능 다기능레이더를 필요로 했다. 소형 드론부터 탄도미사일까지 탐지해야 했다.
후티 반군이 잇따라 드론과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서 UAE나 사우디는 레이더와 발사대를 하루 24시간씩 7일간 가동하는 것을 고려하는 모양새였다. 이를 감안하면 레이더 냉각방식 변경과 출력 강화, 탐지거리 확대는 필수인 셈이었다.
이에 따라 천궁Ⅱ는 중동과 아시아 수출을 위한 개량형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레이더 제작사인 한화시스템은 UAE의 요구에 따라 수냉식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개발했다.
차량에 탑재되는 수냉식 AESA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300㎞까지 늘어났으며, 탐지고도는 30㎞에 이른다. 이를 통해 사막에서 장시간 넓은 범위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UAE처럼 사막이 많은 사우디로선 UAE의 요구조건에 따라 등장한 수출용 개량형 모델을 선택하면, 기술적 리스크를 줄이면서 비용 절감효과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우디의 도입 규모가 UAE와 비슷하면서도 전체 금액은 다소 낮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천궁Ⅱ의 사우디 수출은 방공무기 시장 진출에 새로운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미사일과 자폭 드론, 전폭기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초토화했다. 중동에선 후티 반군과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이 지속됐다. 방공망 강화 수요가 유럽과 중동에서 급증하는 원인이다.
고가의 첨단 무기 구매는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니다. 해당 무기를 전술·전략적으로 운영하는 개념과 교리 등도 함께 들여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무기가 인기를 얻는 것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은 전술·전략적 개념 등을 함께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PAC-3가 가장 인기있는 방공무기가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걸프전 당시부터 실전경험을 쌓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킨잘 극초음속미사일까지 요격할 정도로 성능을 과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된 미군의 물량을 보충해야 하고, 유럽 등의 주문이 더해지면서 제때 공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유럽은 이스라엘에서 다윗의 돌팔매, 애로-3, 바락MX 등의 지대공 무기체계를 도입해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중동 국가에게 한국산 지대공 유도무기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구축하는 KAMD는 이란과 후티 반군 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중동 국가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한국 공군은 PAC-3와 천궁Ⅰ·Ⅱ로 구성된 방공망을 운용중이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도 연합작전을 수행한다. 따라서 천궁Ⅰ·Ⅱ는 이미 미군 장비와의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어 있다.
사우디와 UAE도 미국산 PAC-3와 사드를 쓴다. 한국군의 경험을 이들 국가가 주목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군이 천궁Ⅰ·Ⅱ를 대량 운용하고 있어서 후속군수지원에서도 큰 문제가 없고, 성능개량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한국군도 UAE와 사우디 수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더욱 커지면서 운영유지비 등에서 이점을 얻게 된다.
UAE와 사우디에 수출하는 천궁Ⅱ가 해당 지역에서 한국의 방공무기 수출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측은 한국이 개발중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천궁Ⅰ·Ⅱ를 결합한 KAMD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미국산 사드를 구입했고, 2022년 1월 후티 반군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UAE군 사드가 요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KN-23처럼 활공 능력을 지닌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방공 기술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KAMD는 최소 2회의 요격 기회를 확보, 지상 피해를 그만큼 줄이게 된다. 또한 지상의 요격시도를 회피하는 기술을 지닌 탄도미사일 대응능력도 강화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천궁Ⅱ 수출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기회가 있다. 필리핀에 함정을 1차로 판매한 직후 추가 판매가 이뤄진 것처럼 사우디·UAE도 추가 발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양측이 천궁Ⅱ를 순조롭게 운용하도록 지원, 중동에서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와 군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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