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비판 시 ‘오적’ 실었다 고문당한 사상계 편집장···진실화해위, 재심 권고

배시은 기자 2024. 2. 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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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재야 인사들의 모임 장면. 뒷줄 왼쪽부터 박정기씨(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김승균 사상계 편집장, 강만길 교수, 고은 시인, 한승헌 변호사, 장을병 전 성균관대 총장, 김중배 전 한겨레신문 사장. 앞줄 왼쪽부터 리영희 선생, 이돈명 변호사, 문익환 목사, 송건호 전 한겨레 사장, 박형규 목사, 김찬국 목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고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五賊)’을 잡지에 실었다가 징역형을 받은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에게 사과하고 재심 조치도 취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열린 제72차 위원회에서 김 전 이사장을 불법으로 가두고 고문한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김 전 이사장은 1970년 시 ‘오적’을 <사상계>에 실어 “북괴의 선전활동에 도움이 되게 했다”는 혐의(반공법 위반)로 중앙정보부에 검거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오적’은 박정희 독재 시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재벌,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을 을사오적에 빗대 비판한 풍자시다.

진실화해위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김 전 이사장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어긴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임에도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 등을 형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허위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도 있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김 전 이사장과 같은 사건의 피고인들도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 건으로 김 시인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고문을 받았다. 김 시인은 2013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재심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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