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골든걸스’가 보여준 도전과 열정

남지은 기자 2024. 2. 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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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박진영이었다.

그는 "내가 프로듀싱을 맡고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네 사람으로 구성된 걸그룹을 만든다"는 한 줄 아이디어를 한국방송(KBS)에 제안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예능프로그램 '골든걸스'(KBS2)는 "곧 틀니 할 나이"(인순이)에 "고관절이 뻣뻣"(이은미)한 선배들이 걸그룹이 되어 칼군무를 추며 케이(K)팝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으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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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걸스’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시작은 박진영이었다. 그는 “내가 프로듀싱을 맡고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네 사람으로 구성된 걸그룹을 만든다”는 한 줄 아이디어를 한국방송(KBS)에 제안했다. 섭외는 될지, 투자자는 있을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고집과 확신이 있는 네명이 조화를 이룰까란 우려도 방송국 내부에서 나왔다. 박진영의 제안에 응답한 양혁 피디는 “중요한 건 선생님들 섭외였다. 엎어지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싶어서 섭외 과정부터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력 총 155년, 평균 나이 59.5살의 4인조 걸그룹 골든걸스 탄생기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예능프로그램 ‘골든걸스’(KBS2)는 “곧 틀니 할 나이”(인순이)에 “고관절이 뻣뻣”(이은미)한 선배들이 걸그룹이 되어 칼군무를 추며 케이(K)팝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으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줬다. 수치(시청률 2~5%)는 낮았지만,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는 등 젊은 세대한테 특히 사랑받았다. 양 피디는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어서 처음부터 화제성 하나만 잡고 가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뮤직뱅크’ 출연 차 오전 일찍 방송국에 온 골든걸스가 ‘아이돌 출근길’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두려워 말고 도전하자’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줬지만, 골든걸스의 활동은 케이(K)팝 시대의 이면을 보여주며 대중의 흥미를 끌었다. 그들은 늦은 오후에 있는 ‘뮤직뱅크’ 녹화에 참여하려고 아침 일찍 방송국에 도착해 종일 대기했다. 대기 중에도 그냥 있지 않았다. 다른 가수의 춤을 함께 추는 챌린지 영상을 촬영 하고, 각종 유튜브용 콘텐츠를 찍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기다리는 팬들한테 인사하는 일)을 경험하며 얼떨떨해하기도 했다. 양 피디는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당황해서 ‘왜 7시부터 나와서 인사를 해야 하느냐?’ ‘챌린지는 왜 하느냐’ 묻기도 했지만, 박진영 프로듀서가 ‘케이팝 시대 팬 서비스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니 잘 따라줬다”며 “팬들은 나이 많은 분들이 지금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모습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어느 때나 웃어야 하고 쉼 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은 생각할 여지도 남겼다.

‘팬 서비스’가 ‘실력’보다 우선시 되는 시대에 아이돌에게 기본 실력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골든걸스는 모든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춤추며 노래해도 음정이 흔들리지 않았고 가사 전달력도 좋았다. 베테랑들인데도 ‘벌써 12시’ ‘하이프 보이’ 등 후배들의 노래를 쉽게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 외에 따로 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늘 노래할 장소를 먼저 묻고 규모와 환경에 맞춰 무대를 준비하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양 피디는 “‘뮤직뱅크’ 일본 공연에서 골든걸스의 라이브를 듣고 많은 아이돌이 감탄했다. 후배들이 많은 생각을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골든걸스는 가수가 나이 들면 사라져 버리는 냉혹한 가요계 현실을 비추기도 했다. 박미경은 방송에서 “다시 노래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감격했다. 그들은 골든걸스였기에 ‘뮤직뱅크’에도 출연하고 연말 시상식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 양 피디는 “노래 잘하는 분들이 한 번 더 주목받는 계기가 된 것이 좋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선생님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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