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4분 줄고, 역대 최고 도루 성공률 기록. KBO리그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나유리 2024. 2.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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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피치클락 적용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메이저리그(MLB)는 경기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KBO리그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MLB 사무국은 2023시즌부터 '피치클락'을 적용했다. 투수가 공을 던질때 주자 없으면 15초, 주자 있으면 20초 이내로 공을 던져야 하는 규정으로 '스피드업'을 위한 요건이다. 이밖에도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의 규정을 신설했다.

처음에는 현장의 불만도 많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첫 시즌을 마친 결과, 기대했던 수치가 나타났다. 메이저리그의 9이닝 경기 평균 시간은 2시간40분으로 2022시즌에 비해 24분이 줄어들었다.

2016년 처음으로 평균 3시간을 넘긴 경기 수준은 2021년 3시간 10분대, 2022년 3시간 4분대를 각각 기록했다. 그런데 피치클락 도입 후 1985년 수준으로 경기 시간이 줄어들었다.

마이애미 말린스가 2시간35분으로 가장 빨리 경기를 끝냈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시간44분으로 최장 경기 시간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경기 시간이 줄었지만, 타자들의 기록은 전반적으로 더 좋아졌다. 2022시즌 평균 타율은 2할4푼3리로 1968년 이후 최저치였지만, 2023시즌 평균 타율은 2할4푼8리로 상승했다. 왼손 타자들은 평균 11% 상승한 2할4푼7리의 평균 타율을 기록했고, 오른손 타자들도 소폭 상승한 2할4푼9리로 집계됐다.

도루는 경기당 평균 1.0개에서 1.4개로 증가했고, 도루 성공율은 80.2%로 MLB 역사상 최고 수치였다. 홈런은 5215개에서 5868개로 상승했다.

투수들의 공은 오히려 더 빨라졌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시속은 94.2마일(약 151.6km)로, 2022시즌 93.9마일(약 151.1km)보다 약간 올랐다.

MLB 사무국은 이같은 변화에 고무적인 반응을 내놨다. 2023시즌 메이저리그 관중수는 7074만7365명으로 2022시즌(6455만6658명)에 비해 9.5%가량 증가했다.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MLB 사무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MLB 사무국은 2024시즌에는 피치클락을 더 단축했다. 주자가 없을때는 2023시즌과 동일하게 15초 이내로만 던지면 되지만, 주자가 있을 경우 종전 20초 제한에서 2024시즌부터는 2초 더 줄어든 18초 내에 투구를 해야 한다.

이는 시즌 초반에 비해 시즌 후반 다시 경기 시간이 늘어난 것을 감안한 조치다. 피치클락 도입 극초기였던 지난해 4월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37분이었지만, 9월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44분으로 늘어났다.

KBO 배포 자료 일부.

한편 KBO리그도 2024시즌부터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피치클락도 곧장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구체적인 논의 결과 전반기에는 시범운영을 하기로 했다. 실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위반시에도 볼, 스트라이크 등의 제재가 아닌 경고만 부여된다. 당장 시작은 아니지만 투수들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충분한 체득을 통해 적응을 해야하는 규정이다.

또 아직 MLB에서 시행하지 않는, '로봇심판' ABS를 적용해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게 된다. 대신 논의에 따라 2024시즌 좌우 스트라이크존 기준은 홈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걱정과 우려가 많다. 현재 모든 구단들이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올 시즌 달라지는 규정들에 대해 숙지하고, 대비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투수들의 불안감이 크다.

상당수의 투수들이 "자꾸 투수들에게만 불리한 규정이 생기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도입된 초기인데 너무 빨리 변화하는 것 같다",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아졌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반면 야수 쪽에서는 기대의 목소리가 크다. 커진 베이스 크기로 인해 도루 성공율이 더 늘어나고, 수비 시프트 제한 등으로 출루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야수들의 출루가 더 늘어날텐데, 특급 투수가 부족한 KBO리그의 현실을 감안했을때 득점 증가는 경기 시간 증가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의문도 공존한다.

KBO도 설득에 나섰다. KBO는 규정, 규칙 변경사항을 담은 안내 자료를 10개 구단 선수단에 배포했고, 시각적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픽 자료와 함께 투구 영상 자료까지 첨부했다. 현장의 반응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는 의지다. KBO는 향후 선수단 대상으로 대면 설명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롯데 괌 스프링캠프 투수조 훈련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피치 클락이 완전히 적용되면 경기 시간 단축에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게 KBO의 설명이다. 2023시즌 기준 KBO리그의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12분으로 MLB보다 32분이나 더 걸린다. 가장 오래 경기를 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로 3시간16분을 기록했고, 가장 빨리 경기를 끝낸 팀은 KT 위즈로 3시간5분을 기록했다.

일단 1차적인 목표는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대로 진입해 '스피드업' 효과를 보는 것이다. KBO리그는 지난 2010년 이후 한번도 평균 2시간대 경기 시간을 기록한 적이 없다.

경기 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리그 구성원들이 공감하지만, 반대로 리그의 수준 차이와 선수층 차이 등을 감안했을때 급작스러운 변화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피치클락이 당장 전면 도입이 아닌, 전반기 시범 운영으로 속도를 늦춘 것도 이같은 반응을 마냥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MLB를 휘감은 변화의 바람 그리고 새로운 야구에 대한 시대의 요구를 감안했을 때, KBO리그도 대변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스피드업' 효과를 통한 새로운 팬 유입과 야구 열기 회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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