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과 너무 비슷한데…현재 韓 축구가 떠올려야 할 ‘늪 축구’와 슈틸리케 감독 [아시안컵 초점]
지난 2014년 9월 5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서 쓴맛을 맛본 한국 축구는 대표팀 지휘봉을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에게 맡겼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 하 대표팀은 2015년 호주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소위 말하는 ‘꾸역승’을 이어갔다. 전술이라 평할 부분은 딱히 없었지만,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진수(전북현대), 차두리 현 대표팀 코치 등의 개인 기량을 앞세워 어찌됐든 승리만은 따냈다. 이때 만들어진 ‘늪 축구’라는 단어는 우리도 못 하지만, 상대 팀은 더 못 하게 만들어 끝내 승전고를 울린다는 슈틸리케 축구의 대명사로 불렸다.
해당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1-2로 분패한 뒤 또렷한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던 슈틸리케 감독. 사령탑의 이 발언과 더불어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결과에 우리 모두는 속을 수 밖에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곧 밑천을 드러내며 표류하기 시작했고,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부터 삐걱됐다.
시간을 다시 돌려 9년 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해줘 축구’, ‘좀비 축구’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단어는 달라졌지만 별다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비슷했으며, 공교롭게도 사령탑은 슈틸리케 감독과 같은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이번 아시안컵 목표로 지난 1960 대회 이후 64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56, 1960) 우승을 내걸었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FC) 등 역대 초호화 멤버들로 대표팀을 꾸린 덕분인지 해외 매체들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한국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FIFA 랭킹 23위 한국은 E조 조별리그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차전에서 바레인(86위)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지만, 멀티골을 터뜨린 이강인의 개인 기량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어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 등과는 졸전 끝에 각각 2-2, 3-3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다.
이 같은 대표팀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초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이미 재택 근무, 다양한 부업 종사 등 근무 태만 논란으로 많은 비판 및 비난의 중심에 섰던 클린스만 감독의 불성실한 태도 및 무능함이 꼽혔다. 불과 1년여 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지휘 아래 우루과이, 포르투갈 등 세계 축구의 강호들과 대등히 싸웠던 한국 축구는 없었다. 단 한 차례도 상대 팀을 압도하지 못했고, 감독의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역량에 기대는 ‘해줘 축구’를 선보였다.
불행 중 다행일까. 토너먼트부터 행운의 여신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미소를 짓는 듯 했다. 사우디아라비아(56위)와 만난 16강전에서 후반 1분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 시간 조규성(FC 미트윌란)의 동점골로 패전을 모면했고, 승부차기(4-2) 끝에 힘겹게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호주(25위)와 8강전에서도 전반 42분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 실점했으나, 후반 추가 시간 및 연장 전반 12분 차례로 터진 황희찬,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간신히 2-1 승전고를 울렸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최악이었다. 한국은 이날 슈팅 수(7-17), 유효 슈팅 수(0-7) 등 경기 내용 면에서도 요르단에게 처참히 짓밟혔다. 조현우(울산 HD)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으면 대량 실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04년 첫 맞대결 이후 단 한 차례도 요르단에게 패한 적(이번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 3승 3무)이 없었던 한국은 그렇게 7번째 맞대결 만에 무릎을 꿇었고, 우승 트로피 없이 쓸쓸히 카타르를 떠나게 됐다.
이런 상황을 만들었음에도 끝까지 클린스만 감독에게 진지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에이스 손흥민을 필두로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가운데 정작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인 그는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대회 전 결과로 말하겠다는 당찬 포부는 사실상의 자진 사임 거부로 이어졌다.
이처럼 2015년 아시안컵과 이번 대회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늪 축구’에서 ‘해줘 축구’, ‘좀비 축구’ 등으로 단어가 달라졌다는 것 뿐이다. 한국 축구는 카타르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한계를 명확히 확인했다.
역사는 끊임없이 흐르지만 반복된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다. 앞선 실수를 다시금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으며, 현재 한국 축구도 충분히 귀 담아 들어야 할 글귀다.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또다시 과거로 퇴보한 한국 축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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