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겨우 내민 채 빠져나오려 안간힘…얼음에 갇힌 범고래떼

일본 홋카이도 해안에서 유빙에 갇힌 범고래떼가 발견됐다./FNN 유튜브 캡처

얼어붙은 바다에서 유빙 사이에 갇혀 얼굴만 겨우 내민 범고래 10여 마리가 포착됐다.

6일 일본 NHK, 아사히TV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의 라우스 해안에서 유빙에 갇힌 범고래떼가 발견됐다.

관련 영상을 보면 약 15마리의 범고래가 깨진 얼음 틈으로 얼굴만 밖으로 내민 채 겨우 숨을 쉬는 모습이다.

범고래들은 이따금씩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가 크게 튀어 오르는 등 탈출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범고래의 잠수 시간은 수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TV는 “포유류인 범고래는 코로 호흡한다”며 “이들 중에는 새끼 범고래도 있다”고 했다.

일본 훗카이도 해안에서 유빙에 갇힌 범고래떼가 발견됐다./FNN 유튜브 영상 캡처

범고래떼는 같은날 오전 8시쯤 인근 어업자들이 처음 발견했다. 이들은 당시 한 운항회사를 통해 “범고래가 유빙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후 해양 생물 전문가 츠치야 세이이치로씨가 드론으로 범고래떼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는 “구멍이 작아서 범고래떼가 모두 수직으로 몸을 세워 머리만 내밀고 열심히 숨을 쉬는 듯했다”고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안 경비대는 범고래 구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바다 전체가 단단하고 두꺼운 유빙으로 뒤덮인 상태라 범고래떼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계자는 “대책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얼음이 무너져 스스로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라우스 해안에는 매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흘러내려온 유빙들이 대거 유입된다. 관계자들은 최근 몇년간 기후변화로 얼음양이 감소했지만 최근 며칠간 바람이 불지 않아 얼음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범고래 무리가 잠시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그대로 유빙 사이에 갇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지마 기코코 국립과학박물관 연구원은 “유빙의 움직임이 범고래의 예상을 벗어났을 것”이라며 “헤엄이나 호흡이 서툰 새끼를 돌보다가 다른 범고래들이 함께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2005년에도 이곳에서 범고래 12마리가 유빙에 갇혀 구조 활동이 이뤄졌지만 이중 여러마리가 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