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알라이얀] 완패에 고개 숙인 손흥민 “제가 너무 부족했다…국민분들께 송구스러워”
[골닷컴, 알라이얀(카타르)] 강동훈 기자 = “제가 너무 부족했다. 팬분들 그리고 국민분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고개를 숙였다. 완패를 당하면서 우승이 좌절된 탓이다.
이날 손흥민은 어김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그는 다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이 요르단의 공세에 휘둘리면서 수세에 몰린 데다, 전방으로 볼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탓이었다. 실제 손흥민은 슈팅 한 차례도 때리지 못했다. 키 패스 역시 없었다.
손흥민은 “너무 속상하고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축구가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스포츠인데 오늘은 저희가 부족해서 진 건 사실”이라며 “오늘 경기에서 요르단이 정말 많이 준비했고, 좋은 경기를 했기에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제가 너무 부족했다. 선수들의 많은 희생과 헌신이 있었는데 원하는 성적을 가져오지 못해 선수들과 팬분들 그리고 국민분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친 여파가 있었는지 묻자 손흥민은 “(연장까지 가면서)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 부분이 패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큰 대회이고, 또 준결승이다 보니 긴장과 경험 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답한 후 “앞으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더 단단해졌으면 한다. 선수들이 많이 실망하고 힘들어할 텐데, 질책은 저한테 해주셨으면 한다. 다른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제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진 2년 남았다. 앞으로 계속 함께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손흥민은 머뭇거리더니 “그 전에 먼저 제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감독님께서 더 이상 저를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미래는 모르는 것”이라며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어 “많은 분들이 비판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강 문턱에서 좌절한 것으로 인해 감독님이 질책받는 건 좀 안타깝다”며 “사실 토너먼트 하기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너무 안 좋았다. 감독님께서 부담감이 정말 크셨을 텐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정말 티 하나도 안 내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 감독님도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단단해지실 것”이라고 짚었다.
계속해서 손흥민은 “이제 감독님이 1년 정도 지휘하셨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더 많은 분석을 하실 거고, 이번 대회에서 잘 치른 경기들 그리고 못 치른 경기들을 분석해 가면서 더 단단한 팀을 만들 거로 생각한다. 그다음 문제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꼼꼼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선수들 정말 너무나도 최선을 다했고, 정말 국민분들과 축구 팬분들을 좋게 해드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라며 “사람으로서 축구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으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어 “질책을 받으면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여기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정말 많은 성원과 응원을 보내주시고, 또 결승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기를 보셨을 텐데 기대를 못 채워드려서 너무나도 죄송스럽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이런 성원을 받았기에 앞으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더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이날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 킥오프와 동시에 요르단의 일방적인 응원 공세와 강한 압박, 빠른 축구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골키퍼 조현우(울산HD)의 선방쇼로 버텨내는 듯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후반 8분과 21분 각각 야잔 알나이마트(알아흘리)와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에게 내리 실점하면서 무너졌다.
패배한 대한민국은 64년 만의 아시아 최정상을 향한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씁쓸하게 여정을 마치게 됐다. 대한민국은 일본, 이란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 평가받았지만, 끝내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짐을 싸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 실패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마지막으로 결승에 오른 건 지난 2015년이다. 아울러 역대 요르단과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 3무 1패가 되면서 첫 패배를 떠안았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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