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에코델타동? 이름이 왜 이래

김영동 기자 2024. 2. 7.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일 부산 강서구의 명지시장에서 만난 김정욱(73)씨는 새 동네 이름인 에코델타동에 난색을 표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강동동·명지1동·대저2동에 걸쳐 있는 신도시인 에코델타시티의 새 법정동 이름으로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이름에 외래어
전국 첫 사례…강서구의회는 반대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부산 강서구 제공

“에코델타동? 그기 머꼬?”

지난 2일 부산 강서구의 명지시장에서 만난 김정욱(73)씨는 새 동네 이름인 에코델타동에 난색을 표했다. 원래 지명은 명지1동이다. 그는 “명지는 조선시대 천재지변이 있을 때 변을 예고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데서 유래한 역사가 있는 이름”이라며 “에코델타동이라는 근본도 없는 영어 단어 조합에 찬성하는 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델타시티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 이아무개씨는 김씨와 달리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에코델타동은 대다수 입주 예정자가 원하는 이름이다. 에코델타도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도시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우리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만족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부산 강서구가 전국 처음으로 외래어 법정동을 사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강동동·명지1동·대저2동에 걸쳐 있는 신도시인 에코델타시티의 새 법정동 이름으로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부터 부산시 등이 2028년까지 3만가구 규모로 조성 중인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로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낙동강 삼각주를 뜻하는 델타(delta)를 합성한 이름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개발 등으로 여러 구역이 합쳐지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새 법정동을 만들 수 있고, 에코델타시티가 같은 생활권이라 하나의 법정동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앞서 강서구는 지난해 7월 시민 대상 명칭 공모전을 열어 580여건의 이름 후보 가운데 20여건을 추린 뒤 지역 주민 3719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에코델타동’(48%), ‘가람동’(16%), ‘삼성동’(9%) 차례로 나타났다.

법정동은 신분증과 재산권 관련 문서 등 법률 행위 때 사용하는 것으로 행정기관이 편의로 설정한 행정동과는 구분된다. 현재 전국 법정동은 3648개가 있으며, 외래어 이름을 가진 법정동은 없다. 강서구의 에코델타동이 법정동으로 확정되면 외래어를 법정동에 사용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된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중심상업구 조감도. 부산시 제공

한글학회 등 한글 단체 75곳은 외래어 법정동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국민 생활의 기본 행정단위인 법정동을 외국어로 지으면 지자체가 나서서 외국어 남용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서구의회도 지난달 11일 조례심사특별위원회를 열어 “인구 유입에 따라 새로운 법정동 설치가 필요하지만, 그 명칭을 외래어로 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가치, 상징성, 대중성, 독창성 가운데 상징성에만 치우친 외래어 사용을 납득하기 어렵다. 관련 조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서구에는 공공기관 명칭이나 정책 등을 정할 때 한글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국어진흥조례가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강서구는 구의회 의견 등을 모두 담아 에코델타동 법정동 신설 절차대로 부산시 검토, 행정안전부 승인, 지자체 조례 제정 등 예정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강서구 총무과 관계자는 “실태조사서를 이달 말께 부산시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자치분권과 관계자는 “정식 접수되면, 법적 요건과 여론 수렴 여부 등 절차 타당성을 살핀 뒤 행안부에 승인 요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