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우주항공청에도 혁신과 '같이의 가치'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우주산업 시대가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 계기는 2021년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와 2022년 한·미 정상들의 우주개발 협력 합의 등이며 우주발사체, 인공위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위성정보 활용 등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시작전권 반환 노력과 연계해 육·해·공 각 군의 우주전력 확보 경쟁도 가열되면서 국방 우주의 수요와 요구가 거세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학계에서도 전통적으로 항공우주학회가 독보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국방우주학회, 우주안보학회가 설립돼 우주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에 '우주 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으며 2022년 11월에는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했다. 2027년까지 우주개발 투자 예산을 2021년 7300억 원에서 5년 내에 2배 수준인 1조 5000억 원까지 늘려 2045년 우주 산업의 세계시장 비중을 2020년 1%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광복 100주년을 목표연도로 해 분명하게 우주 분야 육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공약과 비전을 실천하려면 우주분야 예산이 매년 15% 정도 증액돼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2024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감액됐고 우주 분야도 일부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미래 우주전문인력 육성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교수 입장에서는 연구비 삭감과 맞물려 전반적인 우주분야 기초연구와 인력 양성이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도 대학은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산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의 우주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정부를 믿고 우주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시작한 신규 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정부 주장대로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 사업이나 성과 부진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등 그간 국가 R&D에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는 작업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중소 우주산업체들의 먹거리까지 뺏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는 효율을 따지기 전에 먼저 한 술이라도 더 떠먹이려는 것이 양육자의 할 일이 아닌가?
최근 정부 발표로는 우주기술 예산이 2023년 7508억 원에서 2024년 8362억 원으로 11% 이상 증액됐다.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래서야 언제 대통령이 약속한 1조 5000억 원 우주 예산 목표를 달성하겠는가? 2022년 11월 선포한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의 달성이 요원하게 느껴진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돌입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민간 우주기업에 대한 예산 투입과 지도, 지원이 필요하다. 뉴스페이스 시대라고 하기엔 아직은 빠른 성장기에 있으며 독립하지 못한 어린 우주산업체들에 불과하다.
우주산업의 육성으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방산 전문 대기업들의 우주개발 분야 확대 노력과 우주 스타트업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우주산업 규모는 3조 원 정도이고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 미만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주와 국방 분야의 교집합은 분명 확대될 것인데 정부가 미래먹거리로 주창하는 우주산업의 실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물꼬가 필요하다. 그 물꼬를 2024년 상반기 개청을 준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이 맡아야 할 것이다.
2023년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개최된 국제우주대회(IAC)에 필자도 참가했다. 당시 아랍에미레이트(UAE) 우주청 의장이자 장관인 사라 아미리가 후발 우주 개발국에 조언한 세 가지가 매우 인상이 깊어 소개한다.
첫째, 우주개발의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우주개발 선진국의 우주개발 방법을 그대로 답습(copy and paste)하지 말고 지름길로 가라.
셋째, 국제협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싼 방법을 찾으라.
신설되는 우리나라 우주항공청이 새겨들을 말이다. 특별히 연구개발 예산이 충분하게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더욱 새겨들을 일이다.
우주항공청은 우주개발을 직접 담당하는 산·학·연·관·군 이외에도 중앙 또는 지방 정부, 정치인 등 수많은 참여자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뚝심과 맷집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혁신하며 동반자에게 요구되는 '같이의 가치'를 리드해야 할 것이다. 불충분 조건에서의 변화는 더욱 혁신을 요구한다. 우주항공청에도 혁신과 '같이의 가치'가 필요하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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