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건널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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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넓은 길과 만난다.
길 건너엔 학교가 있고, 놀이터도 있고, 성당, 교회도 있고, 재래시장 가는 길이기도 하여 횡단보도에 신호등까지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은 느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과 규칙과 약속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법이나 규칙이나 약속은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함께 지키자고 만든 규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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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넓은 길과 만난다. 길 건너엔 학교가 있고, 놀이터도 있고, 성당, 교회도 있고, 재래시장 가는 길이기도 하여 횡단보도에 신호등까지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그런데 이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시험에 들곤 한다.
우리 부부는 새벽미사가 있는 날은 거의 빠지지 않고 성당엘 가는 편인데 사이좋게 가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가끔 의견이 충돌한다. 이쪽저쪽을 살피다 길을 건너려는 아내에게 주모경 한 번만 더 바치면 신호가 바뀐다고 꼬드기지만 그냥 건너기 일 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면 일찍 가서 기도를 하려고 서둔단다. '아니 교통신호도 안 지키는 신자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받아주실까? 그런 기도로는 쪼가리복도 건져 올리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면 그렇게 간절히 기도해 보았느냐고 응수한다.
나를 더욱 곤궁케 만드는 일은 여럿일 적이다. 어느 날 동네 사람들과 몰려다니다 횡단보도 앞에 왔을 때, 매사에 적극적이신 분이 이쪽저쪽을 살피다 선동을 했다. '자, 건너갑시다.' 그러자 다들 아무 생각 없이 우루루 건넜다. 그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뒤늦게 건너는 나를 보고 뒤에 '꼭 선생티 낸다'는 마음 써지는 이야기가 전해왔다.
지난해 12월의 어느 주일이었다. 성탄판공 기간이라 일찍 가서 고백성사를 봤다. 미사 후에 깨운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횡단보도에서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역시 이쪽저쪽을 살피던 한 형제님이 '빨간불일 땐 차가 우선권이 있지만 차가 없을 땐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으니 건너갑시다.' 하며 앞장을 서자 다들 따라 건넜다. 참으로 난감했다. '아, 어쩌지. 성사 본 지 한 시간밖에 안됐는데….' 그날 나는 또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느낌이 오면 시작하거나 중단한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은 느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과 규칙과 약속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법이나 규칙이나 약속은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함께 지키자고 만든 규정이기 때문이다. 류인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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