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 걱정하는 수준 아니다"…85억의 가치, 오기로 다시 증명한다

김민경 기자 2024. 2. 7. 06: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아직은 팬분들이 걱정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정말 많이 준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34)은 지난해 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하는 시즌을 보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끄는 중책을 맡으면서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 팀은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2022년 구단 역대 최저 순위인 9위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성과는 있었다.

그런데 개인 성적은 영 만족스럽지 못했다. 허경민은 지난 시즌 130경기, 타율 0.268(429타수 115안타), 48타점, OPS 0.703을 기록했다. 그동안 동갑내기 친구인 정수빈과 허경민이 테이블세터를 꾸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었는데, 허경민의 방망이가 시즌을 치를수록 무거워지면서 더는 상위 타선에 들어가기에 무리가 있었다. 허경민은 상대 투수에 따라 6~9번 타순을 전전해야 했다.

허경민은 분명 지난해보다는 훨씬 더 잘 칠 수 있는 타자였다. 두산이 2021년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 최대어였던 허경민에게 4+3년 총액 85억원 계약을 안긴 이유다. 대부분 허경민이 국가대표 3루수까지 성장한 비결로 탄탄한 수비를 꼽지만, 타석에서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췄기에 지금까지 리그 최고 3루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기존 정상급 3루수들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파워가 조금 떨어질 뿐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은 충분히 있는 타자였다. 그런데 지난해 타율이 2할6푼대까지 떨어졌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팬들은 누구보다 선수를 아끼고 응원하지만, 부진할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약점을 꼬집는다. 허경민은 지난해 응원보다는 질타를 많이 받는 쪽에 속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이 떨어졌으니 허경민도 팬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팬들의 질타를 올해 더 구슬땀을 흘리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해서 다시 그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팬들이 다시 허경민을 믿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리라 믿었다.

최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만난 허경민은 "올해는 두산 팬들께서 '허경민 선수가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즌을 만들고 싶다. 올해 목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지난해 부진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기가 생기더라. 나도 사람인지라 팬들이 쓴 글을 한번씩 보게 되는데, 올 시즌은 내가 팬분들께서 걱정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올해는 다시 친구 정수빈과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중심타선까지 불을 붙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허경민은 "솔직히 지난해 하위 타선에서 치긴 했지만, 솔직히 정말 상위 타선에서 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선수는 물론 어느 타순이든 들어가면 그 임무를 하는 게 맞는데, 선수라면 당연히 내가 더 활약할 수 있는 곳에서 치고 싶지 않겠나. 그러려면 실력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올 시즌만큼은 그래도 더 기여하는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수빈이와 테이블세터를 맡는 건 나 역시 원하는 그림이고, 내가 그 자리에서 잘해야 팀이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하위 타선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 선수라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맞지 않나. 올 시즌은 결과로 많이 보여 드려서 감독님께서 라인업을 쓰실 때 고민없이 상위타선에 적으실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특기인 수비도 신경을 써서 준비하고 있다. 허경민은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에서 3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10개 구단 감독과 코치진, 단장 등의 투표 점수와 수비 기록 점수를 합산해 수상자가 결정됐으니 더 의미가 있었다.

허경민은 칭찬보다는 '과거보다는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는 평가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는 "젊었을 때만큼 움직이지 못했다는 평가에 조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제는 그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지금 현재 몸 상태에 맞춰서 조금 더 움직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스스로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 더 완벽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은 면도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은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과거처럼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올해 젊은 야수들, 특히 내야수들의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현재 연봉 협상 결렬로 미계약 보류선수로 남으면서 유격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박준영, 오명진, 박지훈, 이유찬, 박계범 등이 치열한 주전 유격수 경쟁을 펼치고 있고, 이들은 3루수 허경민과 2루수 강승호의 백업 자리도 함께 노리고 있다. 후배들이 허경민을 뛰어넘기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허경민은 그 거리가 가능한 천천히 좁혀질 수 있도록 리그 최고 3루수의 자리에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허경민은 "체력은 어린 선수들이 좋겠지만, 아직은 그래도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올해는 정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이 올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까지도 원동력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후배들도 후배들의 자리에서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도 내 자리에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올 시즌은 팀 타선이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팀 타율 0.255로 9위에 머문 아쉬움이 얼마나 컸으면 지난해 수석코치였던 김한수 코치에게 올해 타격 파트를 맡겼다. 타격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박흥식 코치를 새로운 수석코치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경민은 지난해 팀 타격 부진에 꽤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허경민은 "작년에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줬는데, 지난해 나를 비롯한 타자들이 조금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다. 이 마음을 시즌 끝까지 잘 간직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