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변액·저축보험… 투자자들 외면 받나?

전민준 기자 2024. 2. 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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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보험권 덮친 고금리①] 수익률 하락 변액·이자 낮은 저축보험, 판매부진 장기화

[편집자주]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보험업계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효자상품으로 불리던 변액보험은 고금리로 주식시장 침체가 길어지며 신규계약 실적이 줄었다. 저축성보험은 실수요자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가 높아진 은행 예·적금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한편에선 보험사들이 고금리를 활용해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의 주요 상품인 변액보험과 저축보험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흔들리는 변액·저축보험… 투자자들 외면 받나?
②서민들 '한숨'… 보험사 대출금리, 계속 오르는 이유는?
③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 올 하반기 반등?

고금리 여파로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2011년 전체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가운데 변액보험은 24%, 저축성보험은 63%를 차지할 만큼 해당 상품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생보업계 주요 상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23년 11월 말 기준으로 전체 생보사 수입보험료 가운데 변액보험 비중은 11%, 저축성보험은 32%로 각각 13%포인트(p), 31%p나 하락했다. 두 상품은 과거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수익률 44.44% 변액보험, 신규 가입자도 줄어



생보사들의 주요 상품 중 하나인 변액보험이 수익률이 하락하며 판매량이 줄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 수익률 상위 10개사의 2013년 12월 말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누적 수익률은 연 44.44%로 전년 동기 대비(연 67.34%) 22.9%p 하락했다.
변액보험 판매건수는 2023년 11월까지 누적기준으로 7만5408건을 기록하며 2022년 1년치인 17만3896건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으로 변액보험 초회 보험료도 3596억2000만원으로 2022년 한해치인 7776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변액보험 입지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증시불황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다. 변액보험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제외한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후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상품 중 증시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저금리와 주가 상승기에 관심이 높아진다. 2021년에는 코스피지수 3300선 돌파 등 증시가 활황을 나타냈고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도 확대되면서 변액보험 초회 보험료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변액보험 경우 ▲보험상품 특성상 최저보증기능이 탑재돼 있어 투자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 투자자들이 직접 펀드에 투자하면 가입·환매 때마다 매번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변액보험을 통하면 펀드 변경 시 수수료가 없다는 점 ▲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수익률이 떨어지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년만에 1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끝날 조짐을 보이면서 침체된 변액보험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저금리 시기에는 낮은 예적금 금리나 공시이자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변액보험을 찾는 경향이 짙다. 변액보험은 기준금리가 낮거나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가입자가 늘어난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 인상 기조 종식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월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 금리 동결을 밝히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전보다 낮다고 설명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금리 더 주는 은행 예적금으로 가는 실수요자들



고금리 장기화는 저축성보험 판매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가입한 저축성보험을 해약하고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이들이 증가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저축성보험 평균금리는 2.5%로 5대 시중은행 예·적금 평균금리인 6.4%보다 2.9%p 낮았다.

지난해 은행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린 반면 보험사들은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서 수익 기여도가 낮은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 저축성보험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저축성보험 금리에 대한 매력이 약화하면서 지난해 9월 누적 기준으로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26조1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환급금인 8조2053억원보다 3.2배 많았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의 해지나 효력 상실 등으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다. 즉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p라도 높은 은행 예·적금을 선택해야 할 요인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저축성보험은 은행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만기에 돌려주는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쏠쏠한 부수입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보험상품이기 때문에 사망이나 상해 등도 보장하는 기능도 있다. 2022년 하반기 생보사들은 자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금리 6% 이상인 저축성보험을 한정판으로 내놓으며 저축성보험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저축보험은 보험상품 특성상 사업비와 재해·사망 보험료 등으로 환급금에서 차감하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가입 시 금리가 높더라도 만기 또는 해약할 경우 금리는 적용금리보다 낮아진다.

이를테면 연복리 4.5% 저축성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사업비를 제외하면 만기 또는 중도해지 시 실제 환급하는 금액은 납입보험료를 적용금리로 계산한 금액보다 적어지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하면서 저축성보험 위주로 계약해지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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