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인데 주목 못 받는 롯데케미칼... 못난이 아들 둘 때문

권오은 기자 2024.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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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이 1배 미만인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롯데케미칼은 연초 수준의 주가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외에도 자회사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저PBR 테마를 타고 주가가 우상향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롯데케미칼’만의’ 약점이 있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인수한 롯데머티리얼즈 또한 당장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롯데케미칼 본 사업의 실적 개선이 필요한데, 해외 투자 성과가 나올 2025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3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0.3%(400원) 올랐다. 다만 지난해 말 주가(15만3200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13.6%(2만800원) 낮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국내 증시 최대 화두인 저PBR 종목에 해당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적 기준 PBR이 0.35배이고, 올해 추정 실적 기준으로 보면 PBR이 0.3배 머물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발표한 지난달 24일 롯데케미칼 주가가 7.07%(8500원)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름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2021년 3월 31만2422원(수정주가 기준)을 정점으로 3년 가까이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주력 사업이 긴 불황기를 보낸 영향이 컸다. 롯데케미칼 매출에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부문이 70%가량을 차지한다. 나프타를 열분해한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만들고, 이를 다시 가공해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제품을 제조하는 분야다. 석유화학 제품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업황이 꺾였다.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공급까지 늘면서 제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폴리에틸렌 가격은 2021년 톤(t)당 1100달러를 웃돌았으나, 현재 9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2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762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에 흑자를 냈으나, 증권사들은 롯데케미칼이 연간 1999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이 올해 1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2분기부터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라인프로젝트’를 2022년부터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가 39억달러(약 5조1000억원)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다. 롯데케미칼은 또 GS에너지와 손잡고 전남 여수시에도 석유화학 설비도 세웠다.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21년말 3조55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9조47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852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불어났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도 3조원 규모의 투자(CAPEX)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자회사 뒷바라지도 해야 했다.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을 받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어낼 수 있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지난달로 예정됐던 롯데케미칼의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일정은 밀렸다.

롯데케미칼이 이차전지 분야 신사업을 위해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9% 쪼그라들었다. 롯데정밀화학의 작년 영업이익도 15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1.4%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롯데케미칼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올해 들어 BNK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차례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롯데케미칼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기간 내에 업황이 크게 살아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롯데케미칼이 진행하는 라인프로젝트 성과가 나오는 2025년까지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제품 중심에서 고부가 소재(스페셜티)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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