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신화’ 쓴 신현성, 자본잠식 새 회사에 사재 투입

김종용 기자 2024.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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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뉴스1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기소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차이페이 사업을 접고 시작한 B2B 결제 솔루션 업체 코리아포트원(Korea PortOne)에 직접 20억원을 수혈했다. 다만 코리아포트원의 모회사인 포트원홀딩스가 최근 복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조달을 추진하면서 다소 숨통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포트원은 신 전 대표가 테라·루나 사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던 지난해 11월 신 전 대표로부터 총 80억원을 차입했다. 신 전 대표의 가상자산 관련 업체로 추정되는 비티엑스홀딩스도 코리아포트원이 자본잠식에 빠진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1억원, 5억원 등 총 6억원을 이자율 연 4.6%에 빌려줬다.

코리아포트원이 지난해 11월 신 전 대표로부터 차입한 금액 중 20억원의 상환일은 올해 11월이다. 그러나 코리아포트원은 현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신 전 대표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코리아포트원의 제1종 전환우선주 1만5790주를 신 전 대표에게 배정하는 대신 20억원의 차입금을 상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 전 대표는 코리아포트원의 지분 1.58%를 확보하게 됐다.

코리아포트원은 지난 2020년 차이코퍼레이션이 136억원에 인수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다. 이후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차이페이 사업과 선을 긋고 B2B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차이페이홀딩스는 포트원홀딩스로, 자회사 차이페이SG는 포트원SG(PortOne SG PTE. LTD.)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현재 코리아포트원의 최대주주는 포트원SG(지분율 98.42%)로, 2022년 2월 차이코퍼레이션이 포트원SG에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코리아포트원 최대주주인 포트원SG의 최대주주는 포트원홀딩스(옛 차이페이홀딩스)이며, 포트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전 대표다. 신 전 대표는 포트원홀딩스의 지분 23.34%를 보유하고 있다.

코리아포트원이 자본잠식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신 전 대표로부터 직접 자금을 차입한 것은 사실 신 대표의 위상을 생각하면 의아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신 전 대표는 자본금 500만원으로 설립한 티켓몬스터를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 성공한 창업자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차이코퍼레이션을 창업해 14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2020년 3월 차이코퍼레이션이 진행한 시리즈A 라운드에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하나벤처스와 해시드 등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털(VC)이 참여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7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 한화투자증권,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참여했으며, 5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는 미국의 나이카파트너스 주도로 KT인베스트먼트, 컨덕티브벤처스, 노르드스타, 삼성넥스트, 비캐피탈 등이 신규로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 여파로 차이코퍼레이션 투자사들이 대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번 회사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심리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검찰은 신 전 대표가 테라·루나 기반의 결제 서비스를 거짓으로 홍보해 투자를 받은 것으로 보고 차이코퍼레이션에 투자한 VC 대표들을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앞서 차이코퍼레이션에 투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회사인 포트원홀딩스가 현재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투자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포트원홀딩스는 현재 약 7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원홀딩스는 조만간 투자자들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투자금 입금은 상반기 내로 이뤄진다.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3남인 신황균 광륜상사 회장 장남인 신 전 대표는 25세에 한국에서 티몬을 창업했다. 한때 티몬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며 성공한 창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티몬에서 물러난 이후 신 전 대표는 2017년 말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총괄(CSO), 홍정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세우고 트래블월렛, 번개장터, 뱅크샐러드, 비욘드뮤직, 직방 등 약 12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후 권도형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으로 창업해 블록체인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에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회사 차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테라폼랩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전자상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결제 수수료를 낮춘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페이를 론칭했다. 차이페이는 티몬을 시작으로 야놀자, CU, 신세계면세점 등으로 결제처를 확대하며 출시 5개월 만에 월간순이용자(MAU) 100만명을 넘기고 14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한때 글로벌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5위에 오른 루나코인이 2022년 5월 갑자기 폭락하면서 대규모 투매 사태가 터졌다. 전 세계적으로 피해액이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 여파로 가상자산 거래소 FTX,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 등 굵직한 사업자들이 잇따라 파산했다. 결국 검찰은 신 전 대표와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신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이른바 ‘테라 프로젝트’를 허위로 홍보하는 등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신 전 대표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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