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이 할 '변명 방어법'

이재호 기자 2024.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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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요르단전 패배가 워낙 처참했기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한다'고 모두가 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명분이 떨어지는 논리다. 어떤 일이든 '명분'이 있어야한다. 감정에 휘둘리고 여론에 등 떠밀려 경질하면 그에 따른 후폭풍도 뛰따르는 법이다.

ⓒ연합뉴스

▶경질하기 쉽지 않은 '명분'

비록 졌지만 '아시안컵 4강'이다. 직전인 2019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은 8강밖에 못갔다. 그런데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을 경질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4강을 갔는데 경질한다는건 맞지 않다.

또한 16강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였고 8강은 호주였다. 아시아 톱클래스팀을 상대로 승리해 4강까지 갔는데 그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 대회 중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하는 불의의 사고까지 있었다. 대회 직전에는 주전 공격수도 가능했던 황의조까지 개인사로 이탈했다.

4강에 오른 팀중 비중동팀은 한국뿐이다. 라이벌인 일본은 8강에서 떨어졌다. 일본은 '역대 최강'이라 불리며 강력한 우승후보국이었지만 8강에서 떨어졌다. 오히려 일본보다 나은 성적이며 일본이 떨어진걸 보듯이 아시안컵이란 수많은 변수와 높아진 아시아 축구의 기량 때문에 쉽지 않은 대회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감독으로 부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이 할법한 '변명 방어법'

이런 경질하기 쉽지 않은 '명문'을 갖춘채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만날 것이다. 행여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싶지만 클린스만 감독과의 대화에서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해 마음을 접을까 싶어 '클린스만 변명 방어법'을 제공할까한다.

아래는 클린스만 감독이 할만한 '변명' 혹은 '자기 방어'와 정몽규 회장이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을 가상으로 꾸며봤다.

1. '대회직전까지 평가전 6연승을 거뒀다. 대회에서도 4강전 패배 전까지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식의 변명이라면?

-> 평가전 6연승 직전까지 5경기 2무3패였지 않나. 심지어 엘살바도르를 상대로도 홈에서 비기지 않았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짜놓은 스쿼드와 전술 거의 그대로였었던 3월 A매치에서는 오히려 졌어도 경기내용에서 좋았지만 6월부터 경기내용과 결과 모두 안 좋았다.

또한 6연승도 냉정히 쉬운 상대가 대부분이지 않았나. 수십년간 찾아보기 힘든 동남아팀인 베트남을 홈으로 초청해 A매치 평가전을 가지기도 하고 홈에서 싱가포르를 이긴 것 아닌가. 6연승이지만 어느 감독이어도 이길만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2. '황의조의 대회 직전 이탈, 주전 GK 김승규의 부상 등 불의의 사고가 많았다'는식의 변명이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다보면 부상 선수와 예상치 못한 이탈은 나오는 법이다. 일본은 오히려 대회중에 이토 준야의 성폭행 혐의가 터지며 차라리 대회직전 나온 한국보다 더 안좋았다. 부상으로 주전 선수가 빠지지 않은 팀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기존 선수단을 잘 뽑고 그 안에서 잘 활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26인 명단에서 단 한경기도 쓰지 않을, 쓸 수 없는 선수들은 왜 데리고 간 것인가. 김지수, 김주성이 미래가 창창한 수비수인건 맞지만 감독 역시 대회가 끝날때까지 단 1분의 출전기회도 주지 못할 정도로 당장의 기량에는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유망주 쿼터'라는 명분보다 성적을 위한 선수단 구성이 필요했다.

차라리 '유망주 쿼터'보다 대회내내 문제가 된 풀백 포지션에 예비인원을 더 데려가 부상자가 많고 설영우의 과부화가 걸린 풀백의 짐을 덜어주는게 필요했다. 또한 황의조가 대회 전에 이탈했는데 어떤 대비도 하지 않지 않았나. 3년 연속 K리그에서 최다득점자에 오른 주민규나 강등권팀에서 10골을 넣은 이승우, 벤투호에서 중용받았던 나상호 등 대체자가 많았지만 'K리그를 직관하지 않으며' 소홀히 하지 않았나. 기존 자원에서 대체하려했지만 이마저 주먹구구식이었다.

이는 대회전부터 언론과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해오던 문제가 아닌가. 게다가 조규성, 박용우 등 대회를 진행할수록 비난 여론에 자신감이 쪼그라드는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계속 그 선수들을 기용한 것 역시 감독의 잘못 아닌가.

3. '언론 대응 문제도 얘기하는데 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 웃음을 잃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기자회견에서도 상대를 칭찬하는게 곧 우리를 칭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는식의 변명이라면?

→상대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국민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가장 화제가 된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 3-2상황에서 경기 막판 동점골을 허용하고 웃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러니 외신으로부터 '일부러 조 1위를 피했다'고 공격받는게 아닌가. 허탈한 웃음이든 황당한 웃음이든 웃음과 미소는 지어야할 때와 아닐때가 있다.

ⓒ쿠팡플레이

같은 맥락으로 4강 요르단전 패배 후 웃는 모습 역시 문제다. 상대를 존중하고 진 선수들을 위로하는 마음의 웃음일 수 있지만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하고 지는 참패를 당하고 국민들이 당신의 웃음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나. 남이 불쾌할 웃음, 상황에 맞지 않는 미소가 지적되면 그걸 하지 않는게 도리며 예의다.

또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재택근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이에 대해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은 단순히 축구만 지도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 가는 자리다. 

4.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식의 변명이라면?

→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지난 1년여를 어떻게 해왔느냐보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얼마나 더 나아질 것이고 나아가 월드컵에서 목표로 하는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만한 팀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과정'과 '내용'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는데 평가전에서는 약팀이 아니면 승리하지 못하던 모습, 언론에서 '역대급 멤버'라며 강한 전력이 갖춰졌음에도 아시안컵 내내 상대에 우위에 있지 못한 경기내용을 봤을 때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과 나아가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에 힘들어 보인다.

5. '무승부가 많긴 했지만 아시안컵에선 4강에서 딱 한번 졌을뿐'이라는식의 변명이라면?

→ 한대회를 치르는데 중요한건 내용과 결과다. 4강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경질 명분이 없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을 빼고 나머지 5경기 모두 한국이 단 한번도 앞섰던 적이 없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은 전반전을 1-2로 뒤진채 마쳤고 후반 내내 따라가다 겨우 비겼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도 전반을 1-0으로 이겼지만 후반 17분만에 2실점해 역전당해 경기막판까지 피말리는 승부를 하다 비겼다. 16강 사우디전은 후반 추가시간 9분 동점골 전까지 0-1로 뒤진 경기를 했다. 8강 호주전 역시 후반 추가시간 득점으로 연장전을 가기전까지 뒤져있었다.

결과만 뒤져있던게 아니다. 8강 호주전은 전반전에 단 하나의 슈팅도 때리지 못했고 4강 요르단전은 경기 내내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때리지 못했다. 사우디나 호주는 몰라도 요르단, 말레이시아 상대로 뒤지면서 경기를 따라간다는건 한국 축구의 기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즉 바레인전을 빼면 아시안컵 전경기가 상대에게 뒤지다 따라가는 내용의 경기밖에 하지 못한 셈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의 팀과 역대급 전력이라는 선수단 구성으로 이런 경기를 지속적으로 한 것은 향후 클린스만 축구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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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이런식의 변명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몽규 회장이 이에 대해 제대로 반박을 할 의지가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결국 여론도 금방 식고 '아시안컵 4강도 잘했다'며 토닥이며 계속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KFA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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