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동병상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일본에서 배운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4.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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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중국이 경기와 증시를 살리기 위해 연일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풀겠다고 한 돈만 하더라도 600조원이 넘어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헬리콥터 벤식 위기 극복책’에 비유될 정도다. 과연 중국과 홍콩 증시가 살아나 ELS 등으로 상처 난 우리 투자자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무늬만 부양책’이냐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냐

모든 대규모 부양책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부터 출발한다. 국영기업 역외계좌와 금융공기업 등을 통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중국 정부에 집결되는 문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국가채무비율은 310%를 넘어 어떤 목적이든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빚을 내서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할 정도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면 쓸 수 있는 수단은 두 가지로 제한된다. 발표만 하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 ‘무늬만 부양책’과 다른 하나는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업률 등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시진핑 정부에 불리하면 통계 자체를 발표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첫 번째 방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초과공급’이 심한 발행시장 여건상 국채를 통한 재원조달 방안도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우려된다. 해외와 민간의 국채 수요가 없는 데다 프라이머리 딜러도 누적된 국채투자 손실로 신규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제 인수만이 민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인민은행(PBOC)도 최악의 상황에 몰린 국채수급 여건을 모를 리 없다. 판군성 PBOC 총재가 리창 총리가 주도한 증시 부양책에 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국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검토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 대목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PBOC가 국채를 인수한다면 ‘부(負)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 방안이다. 중국 공산당이 모든 금융사와 금융권 인사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카드다. 작년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인플레이션 지표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경기여건에서도 이해되는 조치다.

부의 화폐화는 모든 위기 극복 방안 중 가장 마지막에 동원하는 최후의 보루(final draw) 수단이다. 그만큼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시진핑 주석의 또 다른 야망인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다. 양대 과제의 중앙은행 격인 PBOC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너지면 통화주권 문제로 다른 참가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궁지에 몰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증시 위기보다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증시부양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채금리가 더 상승할 경우 헝다그룹 사태 이후 4년 이상 동안 악화 일로를 겪어온 부동산 경기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부동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도 우려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번에 발표한 증시와 경기 부양책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2년 10월 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중국대탈출(GCE)’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외국인 자금과 외국인 기업, 그리고 외국인이 떠나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양보해 차이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국 사태는 최근에 우리도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외면당하는 ‘코리아 패싱’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갑자기 중단되고 떠나는 ‘서든 스톱’,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도넛’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우리 증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시급한 것은 우리가 중화경제권으로 분류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주가 상승, 일본 경제 마중물 역할

새해 들어서도 거침없이 오르는 일본 증시를 보자. 조만간 닛케이 지수가 4만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1989년 12월 29일에 기록했던 종전의 사상 최고치 3만8915.87만 경신한다면 최소한 증시 면에서는 ‘잃어버린 30년’(정확하게는 34년)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적 근거에서 보면 최근 일본 증시 상승세는 이해되지 않는다. 작년 성장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대에 머무른 가운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 상승이 뒤늦게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시각에 무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일본 증시 상승 배경은 더 궁금해진다. 가장 큰 요인은 ‘있는 것부터 제대로 평가받자’는 일본 증권당국의 ‘재팬 디스카운트 해소 대책’이 주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볼 때 일본 증시는 한국 증시 이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득권 카르텔 저항에 밀려 감히 저평가 해소책을 생각지도 못했던 일본 증권당국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매입, 배당률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 보호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직접 행동한다는 면에서 종전의 펀드와 다르다.

일본 증권당국도 적극 호응했다. 작년 4월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기업들은 배당률 제고 등을 통해 PBR을 1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내친김에 일본 증권당국은 소액투자비과세제(NISA)를 도입하는 등 감세를 목적으로 증시 관련 세제를 일제히 정비하고 있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본 증권당국의 증시 부양책은 때맞춰 중국에서 이탈된 외국인 자금 유입의 촉매제가 되면서 일본 주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대탈출(GCE)’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확률이 높아 일본 주가 추가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주가 상승은 일본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오히려 더 높아져 ‘잃어버린 30년’을 낳았던 민간 저축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으로 선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민간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부양책이 ‘부의 저축세’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이 실물을 주도(leading)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감세 정책 수단 중 증시 관련 세금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감세에 따른 소득대체효과에다 포트폴리오 변경 효과까지 가세돼 민간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시 감세에 초점을 맞춘 ‘신공급중시 경제학’이 1980년 초에 태동됐던 ‘공급중시 경제학’과 구별되는 점이다.
 
우리도 작년 11월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융투자과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 보호와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증시에서는 코리아 패싱, 서든 스톱, 도넛 현상이 나타나고 경기에서는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적으로도 통화와 재정정책이 여의치 않은 여건에서 제3의 정책수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보완해야 할 대책이 있다. 순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환원율이 29%로 미국 92%, 선진국 평균 68%, 심지어는 개도국 평균 37%에 턱없이 못 미친다. 관건인 배당률을 정기금리의 2배 이상 끌어올려 주주환원율을 높여줘야 한다. 합병비율 왜곡 산정, 터널링(오너 등 지배주주 사익을 위한 부의 이전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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