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6개월 전 거뜬히 올랐던 계단오르기 힘들면 '이 병' 의심
가벼운 질환으로 무시하면 안 돼…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해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민배우 신구(87)가 최근 한 방송에서 "지난 2022년 심부전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라며 인공 심장박동기를 찬 사실 또한 고백했다. 체중이 7~8㎏ 빠졌고 "이놈(심장박동기)이 한 10년은 산다는데 나보다 오래 살겠네"라고도 말한 그에게 쾌유를 바라는 후배 배우들과 누리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은 인구 고령화로 꾸준히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심장은 무더위 속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이 뛰게 돼 과부하가 걸린다. 심부전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의료진들은 조언한다.
심부전(心不全, heart failure)은 다양한 기저질환에 의한 일종의 합병증으로 여러 원인에 심장 기능이 떨어져 각 부분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질병이다. 심장 혈관이 막히는 관상동맥질환이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 심장 근육 자체가 약해지는 심근증 등 원인이 다양하다.
생활 습관에 의한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에 의한 심부전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키고 심근과 혈관을 손상해 심부전을 유발한다.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커지는데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김미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마치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이 고장나거나 연료가 부족하면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말기 심부전은 5년 이내 사망률이 50%를 넘는 등 암보다 무서운 질환인데 충분히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심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중증의 폐, 콩팥, 간, 인지장애, 자가면역 질환, 암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전신 상태가 쇠약한 노인에게 갑자기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항암제, 알코올, 식욕억제제 등 심독성 약물에 민감한 사람이 이들 약물에 노출되면 심부전이 올 수 있다.
김미정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 등 위중한 심장병 치료 후 생존율은 높아졌지만, 소생한 환자 일부는 심부전을 앓게 된다"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심부전 환자 역시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힘들게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눕거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목과 종아리 등 하지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찬다.
왼발, 오른발 모두에 부종이 생기면 심부전의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데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예를 들어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 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거나 계단 몇 층 정도를 쉽게 올라갔는데 힘들어지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해 증상을 무시하거나 진료를 늦추면 나빠질 수 있으므로 즉각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혈액 공급을 적절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심장뿐만 아니라 전신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에 영향을 줘 신부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 기능 저하와 간 손상 위험이 있다. 뇌와 폐에도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다른 장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즉각 치료가 필요하다.
심부전은 원인과 증상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를 적용하며 산소공급이 필요한 경우 산소투여를 해 환자 생명을 유지한다. 구조적 문제로는 중재 시술 또는 수술 등을 통해 심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비롯해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를 해야 하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한다. 매일 30분 이상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조동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긴급한 질환이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시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응급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면서 "최근 들어 심부전을 호전시키는 약제들이 개발돼 입증되고 있다"고 당부했다.
조 교수는 "심부전 호전 약제를 적절한 시점에 전문가와 상의해 투약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원인 질환과 증상에 따라 각 환자의 치료법이 다르게 적용되므로 최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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