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대전’ 최종 승자는 위트? 캔자스시티의 명운을 건 도박,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이저리그를 달궜던 '2세 대전'. 승자는 위트가 될까.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월 6일(한국시간)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계약을 체결했다. 바비 위트 주니어와 무려 최대 14년 3억7,770만 달러 초대형 장기계약을 맺은 것.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인 캔자스시티가 체결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보장되는 계약 규모는 11년 2억8,870만 달러다. 2034년까지 위트가 캔자스시티에 머물면 구단 측은 2035-2037시즌 3년에 대한 총액 8,900만 달러의 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11+3년 계약인 것. 끝이 아니다. 위트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위트는 2024-2030년 7시즌을 캔자스시티에 머물러야 하지만 2031-2034시즌 4년 동안은 매년 옵트아웃으로 팀을 떠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000년생 위트는 오는 6월 24세가 되는 선수. 30세가 될 때까지는 캔자스시티에 머물러야 하지만 30세 시즌을 마친 후부터는 계속 FA 시장에 나설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계약은 캔자스시티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자 캔자스시티 구단이 맺은 최초의 10년 이상의 계약, 구단 최초의 1억 달러 이상 계약이다. 종전 최대 규모는 살바도르 페레즈의 8,200만 달러였다. 그리고 위트가 14년을 모두 캔자스시티에서 머물 경우의 총액 3억7,770만 달러는 오타니 쇼헤이(LAD)의 총액 7억 달러, 마이크 트라웃(LAA)의 총액 4억2,500만 달러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대 3위 규모가 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계약이다.
위트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캔자스시티가 지명한 선수다. 빅리그에서 통산 142승을 거둔 우완투수 바비 위트의 아들로 학생 시절부터 대단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2022년 빅리그에 데뷔한 위트는 데뷔시즌 150경기에서 .254/.294/.428 20홈런 80타점 30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4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158경기에서 .276/.319/.495 30홈런 96타점 49도루를 기록해 MVP 투표 7위에 올랐다. 2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308경기 .265/.307/.463 50홈런 176타점 79도루. 장타력과 빠른 발을 두루 갖췄고 가장 가치가 높은 포지션인 유격수를 소화하는 선수다.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성적으로 이를 증명도 해냈다. 흥미로운 점은 오타니의 약진 이전 빅리그를 뜨겁게 달구던 '빅리거 2세 대전'이 현 시점에서는 위트가 최종 승자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메이저리그에는 빅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긴 스타들의 아들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혈통'을 증명하듯 뛰어난 재능을 과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 박찬호를 괴롭힌 페르난도 타티스의 아들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SD), 로키 산맥의 강타자였던 단테 비셋의 아들인 보 비셋, 휴스턴의 전설 크랙 비지오의 아들인 캐반 비지오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위트 역시 그 '2세들' 중 하나였다.
위트는 잭슨 할러데이(BAL, 202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이전까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2세들' 중 가장 높은 순번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트가 '2세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인 것은 아니었다. 드래프트 출신이 아닌 게레로, 타티스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과시했고 대단한 성적도 냈다. 하지만 위트는 이들보다 더 큰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타티스가 2021시즌에 앞서 맺은 14년 3억4,000만 달러 계약도 위트가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넘어섰다.
위트는 장타력과 빠른 발을 두루 갖췄지만 다른 '2세들'과 비교하면 약점도 적지 않은 선수다. 선구안에 약점이 있고 출루율이 낮으며 수비도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각 22세 시즌에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게레로, 타티스보다 장타력이 부족하다. 위트처럼 역시 선구안에 약점이 있지만 두 번이나 리그 최다안타를 기록하며 통산 타율이 3할에 육박하는(0.299) 비셋보다는 정교함이 부족하다.
다른 '2세들'에 비해 뛰어난 도루 숫자도 사실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위트는 발이 빠른 선수지만 지난해 4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인 15개의 도루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규정으로 배터리의 손발을 묶어버리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례가 없는 '주자 친화적' 시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루 능력도 아직은 다듬을 부분이 남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역대 총액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타자들의 성적을 돌아보면 이런 부분은 더 두드러진다. 오타니, 트라웃, 타티스,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무키 베츠 등은 대부분 통산 OPS가 0.900을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약점이 거의 없는 타자들이었다. 이들 중 유일하게 통산 OPS가 0.850 미만인 마차도는 수비력이 놀란 아레나도와 견줄 수 있는 선수였다. '2세들' 중 한 명은 아니지만 동시대를 이끄는 스타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ATL)는 겨우 8년 총액 1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물론 위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고 아직 23세로 어리다. 더 성장할 여지도 충분하고 주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새 규정과 함께 역사적인 '호타준족'의 성적을 쓰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홈런왕에 오른 뒤 부침을 겪고 있는 게레로, 부상이 발목을 잡은 타티스처럼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할 수도 있다.
1985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30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가진 끝에 2015년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린 캔자스시티는 스몰마켓의 한계로 쉽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런 캔자스시티가 위트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위트가 팀에 머무는 동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7년부터 7년 연속 루징시즌을 기록했고 최근 6년 동안 지구 최하위가 3번, 4위가 3번이었다. 지난해 승률은 0.346으로 캔자스시티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뿐이었다.
캔자스시티는 아직 '미완'인 위트에게 게레로와 비셋도 받지 못했고 타티스보다도 큰 규모의 계약을 안겼다. 어쩌면 이 계약은 캔자스시티 구단의 명운을 건 도박일 수도 있다. 과연 캔자스시티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바비 위트 주니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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