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농(農)의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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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큰 폐해 중 하나가 사람들이 농민·농촌·농업 즉, 농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새해를 맞아 농민·농촌·농업의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보자.
농민은 농촌에 살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명확한 농업·농촌·농민의 귀중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재평가되길 2024년 신년초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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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큰 폐해 중 하나가 사람들이 농민·농촌·농업 즉, 농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심지어 농을 낡은 것 혹은 낙후성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새해를 맞아 농민·농촌·농업의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보자.
농민은 농촌에 살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수는 약 102만가구, 농가인구는 219만명 정도다. 이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 5170만명이 문자 그대로 ‘먹고’ 살 수 있다. 농민들은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산업 문명의 화려함에 도취한 도시인들은 이 간단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망각한다.
한편 농촌은 주로 농민들이 살고 또 일하는 장소다. 도시인들에게는 운전하며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거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농촌은 결코 먼 곳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 할아버지·할머니가 살았고, 도시 사람들이 먹는 쌀과 채소가 만들어진다. 농촌은 자연과 인간이 만나 관계를 맺고 공진화한 곳이다. 농촌은 나무·숲·풀·곤충·사람·논·밭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생태계다. 콘크리트와 시멘트의 도시 공간과는 달리 농촌은 생명이 숨 쉬는 공간이다.
농업은 곡물·채소·과일 등을 생산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산업이자 농민들의 삶의 방식이다. 농업이 가진 특수한 성격이 있다. 자연과의 깊은 관계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농업은 여전히 기후·계절·강수량·온도 등 자연과 깊이 관련돼 있다. 일부 발전론자들은 이런 농업의 특성을 자본주의 발전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농업을 공업처럼 만들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것은 농업이 가진 독특한 장점이다. 자본주의와 상품화의 폭력 앞에 농업은 자연과 생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농업과 자연의 연결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공기나 생명처럼 세상에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농도 그 가운데 하나다. 경제학자들은 농의 여러가지 역할, 즉 ‘다원적 기능’을 화폐로 계산하기도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식량 생산 이외에 농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의미한다. 농의 다원적 기능으로는 환경 보전, 국토 균형 발전, 전통문화의 보존 등이 있다. 예컨대 논은 홍수 방지, 수질 정화, 대기 정화 등의 기능을 한다. 경제학자 양승룡 교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2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문제는 농의 이러한 어마어마한 역할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정부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중차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류 문명의 종말과 인간의 멸절을 우려하는 논의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는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낮은 행복도, 극도로 낮은 출산율, 세계 최고의 자살률, 고독사의 급증, 만연한 혐오 등은 기존 산업 중심 발전 패러다임의 의도치 않은 결과이자 위기의 증상들이다. 이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농에 있다. 농업은 생명 산업이자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농촌은 희망의 공간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들을 갖고 있다. 농민은 먹거리를 통해 생명을 살리는 주체다. 이처럼 명확한 농업·농촌·농민의 귀중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재평가되길 2024년 신년초에 간절히 바란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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