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용의 해에 생각해본 지속가능한 나라

관리자 2024.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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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레면 설연휴가 시작된다.

이맘때가 되면 한해의 운수를 점치고 가정과 나라의 안녕을 빌었는데, 올해는 특히 신통력을 가진 푸른 용의 해라 기대가 남다르다.

돌아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수명은 62.3세에서 84세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3달러에서 3만3000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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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년간 높은 경제성장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가장 우울한 나라’ 꼽혀 놀라
제대로 사는지 돌아보는 계기
국가경영 근간인 농업 살리고
정부역할 혁신·국민협동 필요

내일모레면 설연휴가 시작된다. 이맘때가 되면 한해의 운수를 점치고 가정과 나라의 안녕을 빌었는데, 올해는 특히 신통력을 가진 푸른 용의 해라 기대가 남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 돈, 남을 배려하는 유호덕과 고종명 등 오복(五福)을 행복의 원천으로 생각해왔다. 돌아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수명은 62.3세에서 84세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3달러에서 3만3000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나라의 장래가 불확실하고 국민이 불안해한다니 어찌된 일인가?

우리나라는 해방 후 혼란과 한국전쟁 탓에 국민 대다수가 절대 빈곤을 겪었다. 하지만 1960년대초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산업화의 기초를 닦고 가정 경제의 허리띠를 졸라매 악착같은 노력으로 성공을 다졌다. 일본이 우리를 포함한 대만과 홍콩·싱가포르 등 신흥 공업국을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렀을 때 설렜던 기억이 새롭다.

그후 지난 40∼50년간 중화학공업과 선박·자동차·반도체 등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한 결과 유례없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정책을 비롯해 사명감·애국심·역량을 갖춘 공직자와 국민들의 근면 성실한 노력, 그리고 값싼 노동력과 음식품을 제공한 농업분야의 기여가 있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 됐다. 2021년 7월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022년 5월엔 유엔통계국이 우리나라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자 케이(K)-문화로 영화와 음악 등에서도 주목받는 선진국이 돼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룡’이 됐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지목해 모두가 놀란 적 있다. 유교주의와 자본주의 단점이 극대화돼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낮은 출산율로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지적과 함께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국민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왜냐하면 저출산·고령화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낮은 산업 경쟁력과 지역간 발전 격차 등등 위기에 봉착했지만 공공부문의 방만한 운영이나 투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농업·농촌이 발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농업은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고, 농촌은 국민 일터이자 삶터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국가경영의 근간으로 여겨왔다. 생각해보라.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 행복과 삶의 질,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농업·농촌을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예를 들어 들녘경영체를 통해 소농을 규모화·전문화하고 친환경농업과 지역특화산업 육성, 그리고 융복합화로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만들면 농촌으로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다. 또 협동조합이 취농자의 현장 멘토가 되고, 원로조합원을 위한 복지 전달 체계의 한축을 담당한다면 지역공동체는 살아나게 된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만 밀어붙이면 후회가 남는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접근을 위해서는 정부는 역할과 일하는 방식에서 혁신을 꾀해야 한다. 또 국민은 자조·자립·협동정신과 남을 배려하는 덕을 길러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라의 명운과 국민의 행복이 달렸는데 어찌 손을 놓고 바라보고 있겠는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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