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가도 눈치 안 본다…팀 동료에 '수당' 쏘는 일본 기업 [do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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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1명당 1억원을 주는 부영의 '증여'는 저출산 문제가 기업들이 손 놓고 구경할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80대 기업인(이중근 부영 회장)의 눈에도 한국의 합계 출산율 0.88명(2023년 통계사이트 데이터베이스 기준)은 이제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준이다. 우리보다 저출산을 먼저 경험한 일본은 기업이 나서 '육아와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오시노의 파낙 본사 공장 근로자는 4000여명. 직원 가족이 살 수 있는 사택 13동이 갖춰져 있고 직원들은 무료 혹은 저렴한 복리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파낙의 마키노 토모아키 인사부장은 니혼게이자이에 "사내보육소의 정원은 19명이지만 대기 아동이 나오지 않도록 마을과 제휴하고 있다"고 밝혔다. 2자녀부터는 보육료가 소득과 상관없이 무상이다. 사택에서 나와 인근 후지요시다 시 등에 사는 직원도 많은데, 마을에서는 이들이 주택을 짓거나 구입할 때 100만엔(894만원)을 보조해준다.
저성장 사회 일본은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더 늘리기 어렵다보니 기업이 동참하면서 출산율 반등 효과를 봤다. 자녀수당을 비롯해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육아가구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재택이나 유연 근무 등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법 개정 전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020년 말 이미 87%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육아휴직 응원수당'을 만들어 육아 휴직을 쓰는 직원의 같은 부서 동료에게도 수당을 준다. 휴직 부담감을 줄이는 제도다. 회사 인사부의 나가사와 나호미 과장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회사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지 않는다.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생명보험은 2013년부터 이미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이 100%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 대상 남성 직원들에게 △출산 후 8주 이내의 육아휴직 △연속 10일 이상 사용 △주 1회, 오후 4시 퇴근 또는 재택 근무 중 1개 이상을 의무적으로 택하게 하고 있다.
일본에선 캐논, 덴소, 아지노모토, 도쿄가스, 일본항공, 후지제록스 등 대기업들의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캐논은 1주일에 2번 조기 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철도·버스 회사를 거느린 이요철그룹은 오는 9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쉬는 '완전 주휴 3일제'(주 4일 근무)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연간 휴일이 기존의 120일에서 170일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총노동시간이나 급여에는 변화가 없다.
이 같은 흐름은 정치권의 육아·개호휴업법 추가 개정으로 가속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만 3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기업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만 3세 이후 초등학교 입학 전의 자녀를 키우는 경우 직원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은 재택근무 외에도 유연근무제나 단시간근무제도 등 2가지 이상의 방안을 마련, 직원이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육아휴직, 단축근무, 8주간의 남성 육아휴직 만으로는 '육아시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일본 후생노동성 심의회는 지난해 말 육아·개호휴업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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