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죄송하다, 질책은 저에게…감독님, 더 단단한 팀 만들 것"(종합)
손흥민, 3골로 아시안컵 아쉽게 마감
[알라이얀(카타르)·서울=뉴시스]김진엽 박지혁 기자 =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이 네 번째 아시안컵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며 아쉽게 짐을 쌌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했다.
토너먼트 들어 '좀비축구'로 불리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왔던 클린스만호의 우승 도전은 이제 멈췄다.
조별리그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승부차기 접전 끝에 4-2로 승리했고, 8강에선 연장 승부 끝에 호주에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주장 손흥민의 멋진 프리킥 결승골이 클린스만호를 웃게 했다.
하지만 여정은 요르단의 모래바람을 극복하지 못하며 결승 문턱에서 멈추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리며 아시안컵 통산 7호골을 기록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과 함께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골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이동국(10골)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격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고전했다. 자신의 네 번째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해 기념비적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을 기대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를 통해 처음 아시안컵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해 조별리그 인도와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최종 성적은 3위.
2015년 호주 대회에선 3골을 터뜨리며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와 연장 승부를 펼쳤지만 웃지 못했다.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1-2로 석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손흥민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4년 뒤, 2019년 대회에선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덜미를 잡혀 도전을 멈췄다.
이번 대회 호주와 8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기세를 올렸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 일격을 당했다.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을 만큼 졸전이었다.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어렵게 입을 연 손흥민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실수로 이렇게 마무리돼서 너무 죄송하고 아쉽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 늦은 시간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기대보다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서 죄송하다"며 "축구선수로서 더 발전된 모습, 앞으로 국가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다음 대회가 열릴 2027년이면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컵 일수도 있다.
손흥민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제게 질책해 달라.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챙겼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일문일답
-준결승전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많이 속상하고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스포츠인데 부족해서 진 건 사실인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는 요르단이 정말 많은 준비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입장에선 부족했고 팀을 이끄는데 부족함을 느끼는 토너먼트였다. 많은 선수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는데 제가 원하는 성적을 가져오지 못해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두 차례 연장을 치렀는데 체력 부담은.
"이 상황을 회피하기 가장 좋은 답변이다. 그런데 축구를 하다 보면 그렇게 해서 이기고 그렇게 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준결승이다보니 조금의 긴장감과 경험 부족이 나왔던 것 같다. 앞으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경기였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 이런 준결승을 치르면서 참 많이 실망하며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제게 질책하시고, 저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하는데.
"그전에 먼저 제가 먼저 앞으로 대표팀에 계속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저를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분명히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게 당연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을 우승하려 모셔왔는데 4강에서 좌절하고 패한 것에 대해 감독이 질책을 받는 거에 대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토너먼트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서 감독님이 받는 부담이 많았을 텐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이겨내셨다. 선수들을 케어하는 데 있어 티 하나도 안내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도 이 계기를 통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대표팀에서 1년 했는데 한국에 돌아가서 더 많은 분석을 할 것이고, 조금 더 단단한 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문제는 소집되면 제 미래는 어찌될지 모르니, 생각해봐야 할 거 같다."
-축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팀의 주장으로서 저희 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팬들을 정말 좋게 해드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 다한 건 정말 사실이다. 축구하며 실수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예민하게 해주시지 않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잘못한 것 없고 제가 질책을 받으면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팀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여기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며 늦은 시간에 결승을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경기를 보셨을 텐데 못 채워드려 죄송스럽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상황을 받아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들을 더 자랑스럽게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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