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시간을 눈앞으로 당겨온 역사의 기록 ‘영화의 역사’

손봉석 기자 2024. 2. 7.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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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서책방



십여 년 이상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연구한 저자가 그동안 연구하며 수집했던 자신의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풀어놓은 책 ‘영화의 역사’(지은이 감성태 펴내곳 불란서책방)를 출간했다.

1897년 발명된 기계로부터 1927년 첫 유성영화의 탄생까지, 영화사의 초기를 세계사의 흐름에 맞춰 기술과 철학, 자본과 미학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세상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던 때, 영화가 태어날 수 있던 조건들을 역사적 배경과 지적, 예술적 흐름, 과학 문명의 발달을 통해 살펴보고 유성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룬다.

그렇다고 오랜 과거, 무성영화 시대에 대한 역사적 조망은 결코 아니다. 당시 인류에게 영화는 무성이었다. 오히려 소리가 덧붙여진 영화를 유성영화로 따로 구분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무성영화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에게 나타난 ‘영화’라는 도구의 정체다.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스크린 위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출발했다. 영화는 상상해야만 이미지로 떠오르는 세계, 상상해야만 움직이는 세계가 아니라, 눈앞에서 움직이고 살아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새롭게 쓰는 영화사는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다’를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이해하고 더 ‘잘’ 보게 하는 근거들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사나 영화 서적들은 미학과 연출을 중심으로 작품의 서사를 해석하고 연대별로 분류하는 것에 치우쳐 있다. 이 책은 ‘움직임’에서 역사를 다시 시작한다는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역사란 곧 영화의 특수성의 역사다. 최초의 ‘영화’는 분명히 기계나, 상품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이는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영화들은 모두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영화(시네마)’라는 형식에 의해 만들어진 생산품 아니던가? 기계가 재현한 움직임이자 현상이었고, 현상에 덧대어진 서사였으며, 언제나 생존을 걱정했던 하나의 기술이자 상품으로서의 영화. 역사란 바로 그‘시네마’의 역사,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영화’의 삶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영화들을 생산하는 양식, 19세기 이후에 인간에게 나타난 표현 양식으로써의 ’시네마(영화)‘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어떤 영화들이 나왔으며 또한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사고가 왜 출현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가 그 시대에 지니는 의미, 단지 영화적 의미만이 아니라 일반 역사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면서 ‘어떤 영화들’을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영화’라는 표현 양식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사에서 언제나 미학 뒤에 감춰져 있던 과학과 철학, 돈과 산업, 시장과 노동자를 영화의 역사에 당당히 불러낸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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