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의대 쏠림… 장기적으론 의사 늘면서 정상화
‘의대 2000명 증원’은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바로 적용된다.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의대 입학 문이 갑자기 1.5배 이상 넓어지는 만큼 입시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 의대에 도전하는 ‘N수생(재수생 이상)’이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서울대 자연 계열(1997명)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큰 숫자다. EBS 대표 강사인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 최상위권 대학의 이공 계열 학과에서 중도 이탈자가 늘어나는 등 재수생이 역대급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학 캠퍼스에서 EBS 수능특강 책을 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 것” “의대 도전하는 교사, 공무원도 생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입 합격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의대 합격 커트라인이 4.5점(국어·수학·탐구 합산)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작년 기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의 절반(45.4%) 정도는 의대 합격선보다 높은 수능 점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상위권 공대 교수들은 “이공계 교육이 더 황폐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방 의대에서 수도권 의대로 옮기려는 학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에 의대생 178명이 중도 탈락했는데, 77%가 지방 의대생이었다.
정부는 2000명 증원분을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또 지역 의대들이 ‘지역 인재 전형’으로 60% 이상 의무적으로 뽑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중학교 때부터 지방에 가서 학교 다니는 경우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역 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상이지만,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중·고교를 모두 지역에서 졸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대 열풍’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매년 5000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면 의사의 연봉이나 처우가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인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확대로 몇 년간은 의대 열풍이 불 수 있지만, 6년 후 의사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의대 인기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연봉과 처우도 결국 수요·공급의 경제 원칙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법시험을 합격한 소수의 변호사가 고소득을 누렸지만, 지금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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