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이 이렇게 어렵습니다[심재희의 골라인]
결승 문턱에서 요르단에 덜미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대회가 시작되기 전 한국의 우승 확률을 30%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30%도 후하게 본 것이라고 고백했다. 아시아 팀들이 나름대로 샹향평준화를 이뤘고, 중동 텃세 등을 극복할 정도로 클린스만호의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에서 껄끄러운 중동 팀과 우승후보들을 4번이나 연속해서 꺾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씁쓸하게도 예상이 맞았다.
투혼을 발휘해 4강까지 오른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으나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속해서 펼치며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연장전에서 보여준 강인한 정신력 등은 최종 성적 여부를 떠나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잘 싸웠다.
태극전사 개개인이 나름 빛났다면, 클린스만호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조별리그(E조)부터 흔들렸고, 토너먼트에서도 끌려가는 경기를 계속 하면서 어려운 길을 걸었다. 상대를 압도하거나 허를 찌를 전략과 전술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선수 개인기에 의존한 경기 전개 양상이 뚜렷했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2승 1무 3패(승부차기 무승부 처리) 11득점 10실점을 마크했다. '수비가 강해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축구 명언을 떠올려 보면, 우승이 가능한 성적표를 적어내지 못했다. 중원과 공격도 아쉬움을 남겼다. 중원은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공격은 극심한 골 결정력을 드러냈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수비·중원·공격 모두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7번째 경기를 결국 치르지 못하게 됐다. 한국 축구 염원인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눈앞에서 놓쳐 더욱 아쉽다. 그러나 성적표를 들여다 보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도 4강까지 진출했다. 우승에 초점을 맞춘 팀이라고 보기에는 클린스만호가 남긴 숙제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태극전사들에게 비난보다 박수를 먼저 보내는 게 옳다. 팀이 설익은 가운데 최선을 다해 명승부를 펼치며 4강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목표로 했던 우승을 이루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모두에게 있다. 어쨌든, 아시안컵마다 느끼는 거지만 단일 대회 장기레이스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아시안컵 우승이 이렇게 정말 어렵습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