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6] 영암 독천 갈낙탕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2. 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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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독천갈낙탕

오일시장 거리 양쪽으로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오일장이 열린다지만 시골 마을에 30여 집이나 되는 식당이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낙지를 식재료로 특화된 식당이라니 경이롭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에 위치한 ‘낙지 음식 거리’이다.

독천갈낙탕 젓갈반찬과 독천갈낙탕 갈낙탕

독천리는 우시장이 열리는 마을이라 송아지 독(犢)에, 그 장소가 하천이라 천(川)이라 했다고 한다. 목포와 순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가까운 곳이다. 독천리는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펄 갯벌을 가진 갯마을이었다. 마을 북쪽은 영산호, 남쪽은 금호호 그리고 앞에는 영암호가 있다. 하굿둑 이전에는 모두 바닷물이 들어오고 강물이 만나는 최고의 하구 갯벌이었다. 특히 펄 갯벌에 서식하는 숭어, 낙지, 짱뚱어, 뱀장어가 많았다. 영암에 숭어 알로 만든 어란, 짱뚱어탕, 장어 구이 그리고 갈낙탕이 유명한 이유다. 지금은 세발낙지라면 무안이나 신안을 떠올리지만, 원조가 독천 낙지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영암 낙지는 가래를 가지고 잡는 뻘낙지였다. 이렇게 낙지를 잡아 오일장에 팔고, 목포 상회에 넘겨 생계에 큰 보탬이 되었다.

독천갈낙탕 상차림

영산강 하굿둑은 1981년 말 준공되었다. 낙지가 서식하던 갯벌은 농지가 되고 공장도 세워졌다. 낙지 잡이로 생계를 잇던 어민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텃밭처럼 일구던 갯밭을 내줘야 했다. 게다가 1980년대 중반 큰 소의 가격이 송아지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 파동’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낙지 서식지는 파괴되고, 우시장마저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무렵 한 식당에서 주민이 가져온 낙지를 갈비탕에 넣어 끓였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갈낙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갈비탕의 녹진한 맛에 낙지가 더해져 개운하고 깊은 맛이 탄생한 것이다. 우시장의 소와 갯벌의 낙지가 지역 경제를 살려낸 것이다. 갈낙탕에 독천 갈낙탕 혹은 영암 갈낙탕이라 이름을 붙이는 이유이다. 갈낙탕 외에도 낙지 연포탕, 낙지 초무침, 낙지 탕탕이, 불고기 낙지 전골 등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생고기와 낙지가 만난 육회 낙지 탕탕이가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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